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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6조3300억 순매수 … ‘매물 폭탄’ 부메랑 될라

중앙일보 2012.08.21 00:36 경제 8면 지면보기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에도 규모는 줄었지만 순매수를 기록했다. “유로존 구제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에 힘입어 지난달 27일 이후 16거래일 동안 8월 3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금액이 6조335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올 초 1, 2월에 걸쳐 9조6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던 데 이어 가장 많은 규모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도 껑충 뛰었다. 지난달 말 1800선 초반에 맴돌던 지수는 100포인트 이상 올라 20일엔 1946.31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97%가 프로그램 매수
환차익 노린 유럽계 자금
“유로화 강세 전환 땐 자금 유출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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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외국인 힘만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는 장세이다 보니 외국인 자금이 계속 들어올지 여부가 최근 증시의 가장 큰 관심사다.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흘러들어오는 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증시 유입자금 규모에 비해 펀드 유입 자금은 미미하다”며 추가 매수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경제나 기업 실적을 보고 들어온 장기성 자금이 아니라 환차익 등을 노린 단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큰 만큼 오히려 앞으로 급격한 유출을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까.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3주 동안의 외국인 순매수 97%가 프로그램 매수(컴퓨터가 특정 조건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매매 행위)를 통해 이뤄졌다”며 “특히 외국인의 프로그램 활용 비중이 불과 3주 만에 30%에서 90%대로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매수 중 차익거래가 2조4800억원에 달해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익거래란 동일한 상품에 가격차이가 생긴 경우 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수익을 실현하는 걸 말한다. 예컨대 싼 시장에서 사서 비싼 시장에 팔아 매매차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현물과 선물 간의 가격 괴리를 이용하거나, 외국인의 경우 환차익과 금리차익을 노리는 투자금이 많다. 거꾸로 말해 현·선물 간의 가격 차이(베이시스)가 줄어들거나 유로화가 다시 강세로 전환한다면 언제든 대규모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증시엔 유로화 약세에 베팅하는 유럽계 헤지펀드 자금이 많이 흘러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차익거래는 기본적으로 단기성 자금 성격을 갖고 있다”며 “차익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호상 한화증권 파생 애널리스트는 “유입 속도는 지금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차익거래 조건이 더 좋아지면 추가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된다 해도 지수가 현재 수준을 뚫고 더 올라가기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국내 자금의 매물 폭탄 때문이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수가 1900~1950선일 때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주식을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차익실현 매물이다.



 한편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유가증권 시장의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34.33%(13일 기준)로 지난해 말(32.86%)보다 1.47%포인트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인 44.12%(2004년 4월 26일)보다는 낮지만 5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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