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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에미넴 첫 내한공연 이것이 힙합이다

중앙일보 2012.08.21 00:21 종합 26면 지면보기
송지혜
문화부문 기자
그간 수십 차례 콘서트장을 찾았지만, 이토록 열광적인 환호성을 보냈던 적은 없었다. 세계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미국 가수 에미넴(40)의 첫 내한 공연 얘기다. 19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꾸려진 무대에서 에미넴은 특유의 폭발적인 랩, 뛰어난 카리스마, 거침없는 입담으로 2만여 관객을 열광케 했다.



 에미넴은 이날 7집 수록곡인 ‘원 백 다운’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70여분간 ‘마이 네임 이즈’ ‘낫 어프레이드’ ‘루즈 유어셀프’ 등 25곡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그의 손짓 하나에도 환호했다. 기획사가 나눠준 우비조차 입지 않고 공연에 열중했다. 에미넴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준 관객을 향해 여러 차례 두 팔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관객을 향해 “코리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 역시 티셔츠가 완전히 젖을 만큼 열심히 몸을 흔들며 랩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F**k’ ‘S**t’ 같은 욕설도 자주 나왔다. 12세 이상 관람 공연에서 욕설이 나온 건 아쉬웠지만, 그가 왜 ‘살아있는 힙합 전설’이라 불리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던 공연이었다.



19일 첫 내한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는 에미넴. [사진 현대카드]
 어린 시절 에미넴은 자칭 “가난뱅이 양키”였다. 미국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작은 체격, 소심한 성격으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궁핍한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자유롭고 반항적인 힙합의 세계에 빠져들었지만, 이번엔 인종차별이란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흑인 뮤지션 중심의 힙합계에 뛰어든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언더그라운드 활동 초창기 그가 마이크를 잡기만 해도 야유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개똥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에미넴 ‘토킹’』(알펍, 척 와이너 엮음·최세희 옮김)에서 밝혔다.



 그는 실력 하나로 자신을 억누르는 것들과 싸웠다. 1999년 첫 번째 음반 ‘슬림 셰이디 엘피’로 주류 음악계에 진입했고, 그 해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랩 앨범상’ 등을 수상하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2002년 자전적 얘기를 담은 영화 ‘8마일’에서 직접 주연을 맡으며 연기 역량도 인정받았다.



 그는 이후 누적 음반 판매량이 8000만 장에 이를 만큼 정상급 뮤지션으로 자리매김 했다. 편견에 갇히기보다 그에 맞서 싸우고, 나아가 그 벽을 부숴버리는 힙합 정신을 실천해왔다. 이날 그가 한국 관객에 전파한 것도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음악의, 예술의 존재 이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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