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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감학습법 ①

중앙일보 2012.08.20 22:27
수업 중 내 설명을 초점 잃은 눈빛으로 흘려 듣다 필기할 땐 그림을 그리던 중학생 K. 단어 암기나 과제를 해오기는커녕 학습엔 무관심하던 질풍노도 시기의 사춘기 남학생이었다.

 

다양한 뜻·쓰임새 논리적으로 이해하니 어휘력 금세 늘었죠

함께 고민하며 결실을 보는 공감이입학습법



K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영어단어 암기였다. 왜 방금 말한 단어인데 기억을 못할까, 의아해 했다. K에게 ‘다시’라는 말을 반복하며 단 몇 개라도 암기할 때까지 집에 안 보냈다. 어느 날 홀로 복도에 남아있는 그 학생을 바라보다 문득 내 대학교 때 수강했던 ‘러시아 문학’시간이 떠올랐다. 영어 단어는 천사처럼 보이는데 러시아어가 도깨비 문자 같았다. 당시 교수님이 나를 보시던 눈빛과 지금 내가 학생 K를 바라보는 눈빛은 일맥상통하지 않았을까. 당시 러시아어는 내게 생소해서 책 덮고 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아이도 영어와 친구가 되지 못해 단어를 반복해서 외워도 달아나 버렸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 아이에게 영어, 아니 영어단어를 친하게 만들까? 단지 안타까운 마음만 갖는다면 그건 일차원적 공감에 지나지 않는다. 함께 고민하며 그 과정에 동참해 감정이입까지 가야 아이들이 동기부여를 통해 열정을 갖고 앎에 대한 갈증을 스스로 풀어낼 것이다. ‘감정이입학습법’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기계식 암기 대신 논리적으로 파고 들어 공부



공부의 핵심은 ‘왜(Why)’이고, 공감은 이해가 그 바탕이다. 단어를 기계식으로 암기시키기보다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방법으로 바꿨다. 단어를 먼저 어원이나 어근으로 이해시켰다. 예를 들어 adopt에서 ‘op’는 선택한다는 뜻이다. 여러 개 선택지(option) 중에 한 개를 선택(choice)하는 것이다. 아이를 선택하니 입양하고(adopt a child), 국가를 선택하니 귀화하고(adopt Korea as his home), 생각이나 태도를 선택하니 채택하는(adopt a new idea) 것이다. 또 단어의 여러 가지 의미와 쓰임새를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자동사는 주어에 따라, 타동사는 뒤에 오는 목적어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동사가 ‘raise’다. 손일 때는 손을 들다(raise one’s hand), 아이 일 땐 기르다(raise a baby), 돈일 때는 모으다(raise money), 문제일 땐 제기하다(raise a question). 이제 ‘왜 모를까’보다 ‘어떻게 알게하지’라는 방법 중심적인 교육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K도 내 수업을 듣는 눈빛이 달라졌다. 올해 고2가 된 학생K는 본인이 완성한 단어 책이 몇 권인지 자랑할 정도가 됐다.



읽기에서 말하기·쓰기로 이어지는 순환식 학습



우리 아이들에게 기계식 암기를 권하기보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서 다양한 의미와 관련 어휘로 확장시켜야 한다. 어휘가 갖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글을 읽으면 사고력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어휘 학습과 문법 공부 후에 글을 읽으면서 말하기와 쓰기로 이어지는 순환식 학습방법이 현장에서 눈에 띄는 결실을 맺는 것도 이 덕분이다.



<가영혜 DYB최선어학원 대치본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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