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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의 덩샤오핑 될 수 있다고 생각”

중앙일보 2012.08.20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김영희 대기자(左),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右)
출범 8개월째인 북한 김정은 체제가 과거와는 다른 변화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특히 오는 10월을 기해 기업과 농장의 인센티브 확대 등 시장경제 요소의 확대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방중을 통한 외자 유치 활동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김정은 체제의 현상과 지향점에 대해 최근 북한을 다녀온 박한식 조지아대 석좌교수와 김영희 본지 대기자가 진단해 봤다.


지난주 평양 갔다온 박한식 교수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와 대담

 ▶김영희=언제 북한에 다녀왔나.



 ▶박한식=지난 16일 평양에 가서 2박3일을 지냈다. 4개월 만의 방문이다.



 ▶김=북한의 변화와 관련한 분석이 많다. 실제로 많이 달라졌나.



 ▶박=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공항 건물 외벽에 걸려 있던 김일성 초상화가 없어졌다. 대신 건물 안에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거부감을 느꼈던 외국인들을 인식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공항의 귀빈실과 귀빈 전용 통로도 없어졌다. 김정은도 공연장에 가서 정해진 자리가 아니라 아무 자리에 앉는다고 하더라. 젊은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김정은 입장에선 경제 정상화가 관건이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던가.



 ▶박=특구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경제 도약에 성공한 중국이 주된 연구대상이다. 베트남 모델(도이모이·쇄신과 개혁)에 대해서도 참고하고 있다.



 ▶김=중국식 개혁·개방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는 것인가.



 ▶박=북한은 개혁·개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외부의 제재 때문에 자신들이 고립됐다고 본다. 경제 정상화를 위해선 국제 교류와 해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자신들이 표방하는 체제(사회주의)와 가치관을 유지한 채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겠다는 ‘모기장식 개방’을 추구한다.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 나라를 세우고 덩샤오핑(鄧小平)이 번영을 이뤘듯, 김일성·김정일이 북한을 세우고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중국식 모델을 염두에 둔 이유가 뭔가.



 ▶박=이론적으로 개인 중심의 자본주의와 집단 중심의 사회주의가 병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북한의 고민도 거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일단 성공했다. 그래서 김정은은 체제를 지키고 경제도 성공시키는 차원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경제 정상화와 인민복지를 통해 정통성을 확보하고 체제 안정화로 연결시키려는 게 아닌가 보인다.



 ▶김=현재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 입장에선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중국은 전 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세계 곳곳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 북한에도 인프라를 깔아주고,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30~50년간 독점권을 요구하고 있다. 지원이 절실한 북한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에 대해 미국도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김=북한이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으로 가고 있다는 것인가.



 ▶박=선군의 바탕 속에서 경제가 있는 것이다. 즉 경제를 위해서 안보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안보의 바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선군에서 선경으로 옮겨갔다기보다는 군과 경제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장성택이 중국에서 외자를 유치하는 동안, 김정은이 군부대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북한이 변화를 시도한다면 한국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북한은 현 정권과는 어떠한 협력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달라질 것이다. 남한이 잘살고 있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지만 결코 체제경쟁에서 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남과 북의 정통성 경쟁에서는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한다.



 ▶김=김정은이 국제사회로 나가려 해도 핵이 걸림돌이다.



 ▶박=북한에서 핵은 무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체제의 프라이드요, 체제 수호의 수단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6자회담이 진행되더라도 안보의 위협이 가시지 않는다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체제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6자회담에서 핵 포기를 약속하더라도 북한이 핵 폐기로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김=결국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것인데, 북·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박=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을 시도할 것이다. 이를 통한 핵문제 해결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박한식 교수=북한 문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아대 부설 세계문제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50여 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2009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석방에 메신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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