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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올림픽 … 뇌수술 네 번 받은 박모세의 애국가

중앙일보 2012.08.20 02:00 종합 2면 지면보기
16일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서 박모세(21·삼육재활학교)씨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그다지 주목하는 이도 없었다. 쏟아지는 찬사와 환호도 없었다. 하지만 나흘간 펼쳐진 땀과 눈물의 레이스는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인간 승리 드라마의 경연장이었다. ‘아름다운 도전’이란 대회 주제가 무색하지 않았다. 지적장애인 950명이 육상·수영·축구 등 8개 종목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겨루고 19일 경북 경산에서 폐막한 제9회 ‘한국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 이야기다.


경산 한국스페셜올림픽 ‘인간 승리의 경연’ 나흘 폐막

경남 의령군의 ‘사랑의 집’ 축구팀은 대회 기간 동안 특히 박수를 많이 받았다. 17세에서 32세의 여성 7명으로 이뤄진 ‘사랑의 집’ 축구팀은 성별 구별이 없는 5인조 축구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다. 팀을 이끈 조이슬(23) 감독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 팀과 겨뤄 2위에 오른 성적 때문이 아니라 지난 5년간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노력 끝에 이뤄낸 작은 성취에 가슴이 벅차올랐던 것이다.



‘제9회 한국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가 19일 폐막했다. 폐막식에서 나경원 위원장과 선수,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주제인 ‘아름다운 도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산=안성식 기자]
 조 감독은 5년 전 ‘사랑의 집’에서 운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운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마라톤으로 시작했다. 복잡한 규칙이 없어 가르치기 쉬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완주가 가져다주는 성취감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데 적합한 종목이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처럼 달리고 또 달리는 시간이 5년간 이어졌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밑바탕이 됐을 때 비로소 공을 내줬다. 축구 용어와 경기 룰을 가르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인사이드 킥’이란 용어 하나를 설명하는 것도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야 했다. 조 감독은 “서로를 아껴 주는 모습이 축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집’ 축구팀은 스페셜올림픽과 인연이 남다르다. 이들은 지난 1월 30일,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개최 365일을 앞두고 열린 스폰서 서밋 행사에서 핸드벨 연주를 선보였다. 악보를 읽지 못해 음표를 색깔로 익혀 한 음 한 음 벨을 흔들자 행사장에 모인 국내외 인사 200여 명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16일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선창한 박모세(21·삼육재활학교 고3 과정)씨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경우다. 어머니 조영애(49·경기도 수원시 하동)씨의 고집으로 세상에 나온 그는 숨만 쉴 뿐 아무 기능을 할 수 없었다. 뇌수가 흐르지 않아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어머니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네 차례의 위험한 뇌 수술을 시도했다. 겨우 생명을 유지했지만 두 발이 비틀어져 교정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지금도 앞을 못 보고 제대로 걷는 게 힘들다. 박씨에게 기적이 나타난 건 7세 때다. 부모를 따라 5세 때부터 찬송을 듣던 그가 기적처럼 어눌한 소리로 노래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애국가를 끝낸 박씨가 어머니 조씨에게 “나 잘 불렀지?”라고 자랑했다. 어머니의 눈에서 기쁨과 애환의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조씨는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모든 장애를 이기고 지금의 자리에 선 모세가 이 세상에서 최고의 아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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