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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끝난 브릭스 … 동남아 ‘VIP’ 뜬다

중앙일보 2012.08.20 00:40 경제 3면 지면보기
올 들어 동남아시아 국가의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가 탄탄해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고, 재정도 양호한 덕분이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5월 4월(4224포인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이후 최근까지는 14% 올랐다. [자카르타=블룸버그]
“파티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국, 마법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인도, 신은 과연 브라질 편일까, 화려한 마스크 속 초라한 얼굴 러시아….”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부문 총괄사장의 책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에 나오는 소제목이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대한 환상을 난타했다. 그의 주장처럼 브릭스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올해(2012년 4월~2013년 3월) 성장률 전망치를 6.7%로 낮췄다. 종전에는 7.5~8%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미 골드먼삭스 등은 올해 전망치를 6% 밑으로 낮춰 잡았다. 가장 낮게 전망한 곳이 5.5%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5%로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성장률은 5.3%에 그쳤다. 지난달 말에는 최악의 정전사태까지 인도를 강타했다. 그렇다고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기도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8%에 달한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주가는 싸다는 이유로 연초 이후 증시가 15% 가까이 올랐지만, 성장이 지연되면서 추가 상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브라질 정부 역시 올해 2%도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한 브라질 일간지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최소한 2.5%를 기록할 것이라던 종전의 전망치에서 후퇴했다. 이미 민간에서는 2%대 성장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1.9%)이 가장 비관적이다. 최근 690억 달러(약 78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기준금리도 사상 최저치인 8%까지 낮췄지만 경제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브릭스’ 용어의 창시자인 짐 오닐 골드먼삭스자산운용 회장마저 “브릭스 국가로서의 지위가 의심된다”며 브라질의 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중국은 8%대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8%에서 7.7%로 낮췄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7일 21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하이퉁증권은 “연내 2000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원자재 수출을 제외하면 국부를 만들어낼 밑천이 거의 없다.



 돈 냄새에 가장 민감한 것은 ‘핫머니(hot money)’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단기 고수익을 좇아다니는 핫머니가 요즘 브릭스에서 이탈해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 그 결과 올 들어서 동남아 국가의 증시가 강세다. 베트남·태국·필리핀 증시는 20% 안팎 상승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까지 포함한 동남아 5개국의 연초 이후 증시 상승률은 15.7%다. 브릭스 증시 상승률(4.3%)의 세 배를 웃돈다.



 오은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동남아 국가는 유럽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브릭스와는 달리 내수가 탄탄하다”며 “재정 건전성도 양호해 전 세계의 투자 자금이 이곳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있고, 소득도 늘고 있다. 인구는 5억 명에 육박하며, 평균연령은 30세 수준으로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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