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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야한소설 쓴 작가 "남편이 이 책 보고…"

중앙일보 2012.08.20 00:30 종합 26면 지면보기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서 열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사인회에 참석한 E L 제임스. 『그레이 …』?는 판매 기간 대비 조엔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샌디에이고 AP=연합뉴스]


성인용 로맨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전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후속편인 『50가지 그림자, 심연』과 『50가지 그림자, 해방』까지 포함해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4000만 부 가량이 팔렸다. 한국에서도 최근 번역본이 나와 단박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

전세계 화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작가 E L 제임스



 매력 넘치는 27세의 사업가 크리스천 그레이와 21세의 대학생 아나스타샤 스틸이 만나 진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책의 골자다. 성애 장면이 많고, 결박과 때리기까지 자주 등장해 포르노, 또는 변태소설이라는 비판도 있다.



 저자 E L 제임스(49)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요즘 번역본이 나온 나라들을 돌아다니느라 주거지인 영국에 머무는 날이 거의 없다.



 제임스는 자신의 책을 “뒤틀림이 있는 사랑 이야기”로 정의했다. 남자 주인공 그레이에 대해서는 “그런 남자는 세상에 없다. 있다 해도 같이 산다면 지옥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예상하지 못한 인기에 놀랐다고 말해왔다.



 “그렇다. 내 책이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됐는지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그것은 내게 완전한 충격이었다.”



 - 대체, 인기 비결이 뭔가.



 “여성들이 좋아하는 열정적인 러브 스토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음모적이면서도 섹시하고,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전지전능한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주인공 그레이가 왜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됐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은 상처받은 소년의 구원과 치유를 그린 사랑 이야기다.”



 - 이번 책을 다섯 단어 이내로 정의한다면.



 “뒤틀림이 있는 사랑 이야기. (Love story with a kink)”



 -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나왔다. 한국은 성적인 표현에 상당히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필리핀까지, 그리고 대학생·할머니·주부·의사·변호사 등 모든 계층이 이 책을 즐기고 있다. 한국 여성들도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한다.”



 -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는 책을 불태우기도 하고, 도서관에 놓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책을 불사르고 판매를 금지한다는 것은 진보적이고, 포용적인 자유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주인공 그레이가 이상적인 남성형인가.



 “전혀 아니다. 그는 온전하지 않은 남자(damaged man)다.”



 - 남녀 관계에서 육체적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각 커플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린 일이다. 그들의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 책에서와 같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여성들이 책 판매에 영향을 주었을까.



 “그렇지 않다. 독자들은 이 소설이 판타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남성들이 여성들의 욕망에 대해 무지하다고 볼 수 있을까.



 “남성들도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남편이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하는 여성 독자들이 많다.”



 - 초고를 읽은 당신 남편의 반응은.



 “그는 이 책을 아주 즐겁게 읽었다.”



 - 몇 살부터 이 책을 읽어도 될까.



 “16세 미만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편치 않을 것 같다.”



 - 책을 서점에 가서 사거나 지하철 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꺼내놓고 읽기가 민망하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많이 팔렸다는 분석이 있다.



 “책 표지를 디자인할 때 책 내용이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했는데 유명세를 타면서 너무 많이 알려져 그런 면이 있을 수 있다. 전자책이 여성 독자들에게 자유를 준다면 나는 대환영이다.”



 -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면.



 “모험을 하라는 것이다. 삶은 살아 있는 것이다. 연습이 아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낸다.”



 - 마지막으로, 그레이 같은 남자를 기다리는 여성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



 “기다리면 안 된다. 그레이 같은 남자는 없다. 그는 판타지의 주인공일 뿐이다. 책 속에서는 그가 멋지게 보이겠지만 막상 그런 남성과 함께 산다는 것은 지옥일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독자들은 이미 이를 알고 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 L 제임스(49)=TV 방송국 간부로 일하다 첫 번째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인터넷에 ‘트와일라잇’의 팬픽을 연재했고, 이 팬픽의 에로틱한 면이 호응을 얻자 ‘50가지 그림자’라는 사이트를 열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썼다. 책은 출간 석 달 만에 3000만부가 팔렸고 아마존닷컴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최초의 전자책 기록도 세웠다. 영국 웨스트 런던에 남편과 자녀 두 명과 함께 살고 있으며, 새로운 러브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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