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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올림픽은 국력 겨루기 대회

중앙일보 2012.08.20 00:05 종합 33면 지면보기
자키 라이디
프랑스 파리정치대
(시앙스포) 교수
국력과 올림픽 메달 수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냉전 종식 직후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과 옛소련(연합팀)이 전체 메달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글로벌 양극 체제의 영향력이 그때까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상황이 변했다. 러시아·미국 대신 중국·미국이 올림픽 메달을 쓸어갔다. 두 나라는 전체 메달의 20%를 차지했다.



 지난 12일 끝난 런던 올림픽은 이런 경향을 재차 확인해 줬다. 중국과 미국이 전체 메달의 22%를 가져가는 등 양자 독식체제는 여전했지만 이전만큼 과도하진 않았다. 유럽은 여전히 강했으며 아시아와 카리브해 국가들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실 올림픽 국력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한 나라의 인구 크기, 스포츠 전통, 스포츠 정책, 발전 정도가 그것이다. 첫째, 인구는 국력의 원천이다. 인구가 많을수록 수많은 종목에서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할 인적 자원이 풍부해진다. 인구 대국은 본질적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딸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호주는 인구가 5000만 명 이하인데도 여름 올림픽 대회에서 전체 메달의 3% 이상을 획득한 유일한 나라다. 물론 인구가 많다고 반드시 성적이 좋은 건 아니다. 예로 인도는 인구가 12억 명이나 되지만 런던 올림픽에서 겨우 6개의 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인구 430만 명의 크로아티아와 같다. 올림픽 성적과 인구가 비례하지 않은 나라는 인도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아르헨티나·터키·멕시코는 인구가 더 적은 한국보다 올림픽 성적에서 뒤졌다. 브라질은 심지어 카리브해 연안의 일부 작은 나라보다 성적이 떨어진다.



 국민의 스포츠 전통이 올림픽 성공의 둘째 요인이다. 여기에는 자연조건과 현실적인 사정이 영향을 끼친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어릴 때부터 이동수단으로서 달리기를 한다.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가기 위해선 공기가 희박한 고원지대를 가로지르며 뛸 수밖에 없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의 국민은 별 돈이 들지 않는 육상 외에 다른 운동을 할 형편이 못 된다. 스포츠 전통은 때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프랑스는 국가 지원을 받아 카누·수영 등에서 지난 50년 동안 좋은 성적은 거둬 왔다.



 올림픽 국력의 셋째 요인인 스포츠 정책은 국가별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미국이나 영국은 여러 스포츠 단체가 자율적으로 선수를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나 일부 권위주의 국가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공공 자원을 일부 스포츠 종목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다. 스포츠 정책이 제대로 없으면 조건이 좋아도 성적이 좋지 않다. 스위스처럼 스포츠 기금이 풍부한 나라나 나이지리아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가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훌륭한 스포츠 정책은 한국이 뛰어난 성적을 거둔 요인이기도 하다.



 마지막 요인은 한 나라의 발전 수준이다. 물론 저개발국가 출신 선수들도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육상 등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체조·수영·단체경기·승마 등 돈이 많이 드는 종목에선 그렇지 않다. 이런 종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아프리카나 카리브해 연안 출신 선수를 찾기 힘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실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 수에서 10위권에 든 나라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다. 상위권 15개국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는 저개발국가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올림픽 성공에서 경제력은 필수조건이 아니지만 스포츠 종목의 다양화는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종목이 다양해야 고루 메달을 딸 수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체 메달의 3%만 가져갔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경제개발을 계속할 경우 그 비율은 반드시 커질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자키 라이디 프랑스 파리정치대 (시앙스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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