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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칼럼] ‘환경올림픽’에도 국민적 관심을

중앙일보 2012.08.20 00:03 종합 35면 지면보기
이홍구
전 국무총리·본사 고문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 한층 달아올랐던 런던 올림픽의 흥분이 아직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국민 모두가 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함께 나누는 늦은 밤, 이른 새벽의 행복한 시간은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온 국민의 가슴을 마냥 뿌듯하게 해 주었다. 이제 9월 6일부터는 ‘환경올림픽’인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제주에서 그 막을 올리게 된다. 런던 올림픽의 감격과 흥분으로 밤을 지새웠다면 이제는 지구촌이 처한 환경의 위기를 함께 걱정하며 이에 대처할 지혜를 모색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시작하는 ‘환경올림픽’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져야 할 때다.

 인간의 생존을 담보하는 삶의 터전인 땅과 바다, 식량, 물, 공기 등을 오염과 퇴화로부터 예방하려는 자연보전의 중요성은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찍부터 나라마다 제각기 벌여오던 자연보전운동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 결집하여 유엔의 비정부자문단체 1호로 등록한 것이 1948년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자연보전활동의 중심이 되어 온 ‘환경올림픽’을 우리 한국의 제주로 유치하는 데는 제주도민 및 130만 국민의 유치지지 서명과 88 서울 올림픽으로부터 비롯된 열정적 올림픽 유치노력의 전통이 크게 기여했다. 이번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가하는 국가와 인원은 180여 개국, 1100여 개 단체에 총 참가인원이 8000여 명을 상회하며 환경전문가는 물론 정부기관, 비정부기구 등에서 폭넓게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시대적 사명은 특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자연파괴와 오염, 그리고 기후변화가 수반하는 자연재해에 대한 경종을 지구촌 구석구석에 크게 울려주는 것이다. 그동안 환경파괴의 심각한 후유증에 대해 과학계로부터의 경고는 끊이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류는 이에 대한 집단적 불감증에 감염된 것 같다. 아마도 지난 20년 동안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너무 빈번하게 접한 데서 오는 피로증세의 결과일 수도 있다. 또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로 인해 인류의 장기적 안전에 필수적인 환경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류공멸의 행진에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하며 세계자연보전총회는 그 일환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지구촌의 공동보조를 위해서는 유엔환경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모임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노력이 시급하며 ‘환경올림픽’은 바로 이를 위한 국제적 동력을 발동시키려는 회의이고 축제다. 그러기에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제국주의시대에 식민지역의 자연자원을 마구 개발하며 착취했던 선진국들이 오늘날 저탄소사회를 지향하며 환경운동의 기수를 자처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전 지구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지난 몇 해 우리는 자연보전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녹색성장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자임하였기에 제주에서 이번 총회가 열리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기에 이번 ‘환경올림픽’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어떻게 식량의 확보를 비롯한 빈곤퇴치의, 즉 지속 가능한 성장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대한 토론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동북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는 세계문명사의 중심의 하나로 자리매김되어 온 동아시아가 근래엔 세계경제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구촌에 널리 퍼져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동아시아문화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및 자연보전의 궁극적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매사에 신속한 변화가 강조되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동양사회에서 꼭 보전하겠다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연보전과 사회보전은 함께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보전돼야 할 가치와 전통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무작정 외쳐지는 자연보전에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이번 총회의 주제인 ‘자연의 회복력’은 ‘사회의 회복력’과 연계시켜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 주제를 다루게 될 제주자연보전총회는 한국인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많은 것을 일깨워 줄 귀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인 ‘환경올림픽’을 기대하며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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