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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최초 여성 대통령’ 될까

중앙일보 2012.08.20 00:01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오늘 박근혜 의원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주요국이다. 그런 나라의 집권당 대통령 후보에 여성이 뽑혔다는 건 하나의 사건이다.



 세계사에서 여성 권력자는 적지 않다. 특히 여왕은 많았다. 이집트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 같은 로마 명장을 사로잡았다. 16세기 잉글랜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만들었다. 어머니가 간통·반역죄로 참수(斬首)됐지만 끝내 여왕이 됐던 것이다. 7세기 신라 선덕(善德)은 한민족 최초 여왕이었다. 그녀는 삼국통일의 터전을 마련했다.



 이들 여왕은 위대했지만 선출직은 아니었다.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된 건 1893년 뉴질랜드가 처음이다. 영국에선 1928년, 한국에선 1948년이 돼서야 여성은 투표할 수 있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선거를 통해 여성이 내각제 총리가 됐다. 유럽 최초 여성 총리는 1979년 영국 대처였다. 독일에서는 2005년이 돼서야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앙겔라 메르켈이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건 총리보다 훨씬 어렵다. 총리는 다수당 대표만 되면 자동적으로 된다. 한국이 내각제라면 박근혜는 벌써 두 번 총리를 지냈을 것이다. 총리와 달리 대통령은 국민 직접투표에서 이겨야 한다. 230여 년 동안 미국에 흑인 대통령은 있지만 여성 대통령은 없다. 프랑스와 러시아에도 없다. 브라질·필리핀에는 있지만 이들은 주요국이 아니다.



 동북아는 세계사의 새로운 중심지다. 그 지역에서 여성이 주석(主席)이나 대통령·총리가 된 적은 없다. 이 지역에는 남성우월 유교문화가 남아 있다. 한국에는 “여자가 무슨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전직 대통령이 있다. 그런 문화 속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세계사적인 사건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완고한 남성지배 권력구조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다.



 가문과 개인으로도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드라마틱한 일이다. 박근혜와 동생들은 대통령 아버지와 영부인 어머니를 흉탄(凶彈)에 잃었다. 그런 가문에서 국가발전 유업(遺業)은 원래 장남의 몫일 것이다. 그런데 장남은 궤도를 벗어났고 손자는 초등학생이다. 그래서 장녀가 숙제를 맡았다. 자신의 표현대로 박근혜는 ‘덤의 인생’을 살고 있다. 테러범의 칼날이 몇 센티만 내려왔어도 목 동맥이 잘렸을 것이다. 박근혜는 역사의 풍파에 시달리느라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애도 못 낳아본 여자가 무슨…”이라는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 속으로 그녀는 말할 것이다. “투기와 사교육 치맛바람은 누가 했나. 애 낳아봤다는 여자들 아닌가.”



 과연 12월에 ‘주요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 세계는 지켜보는데 박근혜의 대선가도에는 비바람이 몰아친다. 반대 세력은 총공세를 편다. 민주당이든 안철수든 단일후보를 만들려 한다. 이미 무혐의로 굳어진 두개골까지 이용해 ‘유신의 딸’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공세를 이겨낼 최종 병기는 ‘개혁’밖에 없다. 노무현·이명박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이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그렇게 많은 이가 박근혜의 6·29를 간구(懇求)해도 박근혜는 위기의식이 없다. 공주의 성(城)에 개혁의 왕자가 없다. 친박이라는 예스 맨(yes man)이 넘쳐나고, 거액의 뇌물 전력자가 공동 선대위원장이다. 박근혜는 집안도 개혁의식이 부족하다. 재력가 동생은 특급호텔에서 호화결혼식을 하고, 올케는 저축은행 고문변호사였으며, 초등학생 조카는 최상류층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 판에 ‘서민과 귀족의 대결’이라는 야당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까.



 ‘주요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영국의 대처와 독일의 메르켈은 서민의 딸로 태어나 국가를 위한 총리가 되었다. 그들의 인생을 관통한 키워드는 개혁이었다. 박근혜는 바꿔야 한다. 의식도, 집안 분위기도, 주변도 그리고 전략도 바꿔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 그래야 청와대가 보일 것이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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