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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독도행 이어 일왕 사과 요구 … 일본 “악영향 수년 갈 것”

중앙일보 2012.08.15 02:15 종합 2면 지면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였던 2008년 4월 21일 일본 왕궁을 직접 방문해 아키히토 일왕(왼쪽)과 환담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일왕의 방한과 관련해 “한국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 고민하다 통석의 염, 뭐 이런 단어 하나 찾아올 거면 올 필요 없다”고 했다. ‘통석(痛惜)의 염(念)’은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한국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한다”며 한 말이다. 당시 사과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영토·과거사 문제 잇단 강수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일본을 방문해 일왕과 만났을 때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일왕의 방한 문제는 최근 양국 간에 논의된 바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일왕 발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 해결 노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사과를 방한 조건으로 촉구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충북 청원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학교폭력 책임교사 워크숍’에 들렀다 독도 방문에 대한 소감을 묻는 한 교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2, 3년 전부터 생각한 거다.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니다. 중국이 커졌다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일본이 제2 강국이다. 우리와 한참 차이가 난다.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깨우치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2008년 4월 일본 민영방송 TBS의 ‘일본 국민 100인과의 대화’에 출연했을 때 “미래를 향해 나간다는데 과거를 다 잊어버리겠다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한 답변도 소개했다. “초등학교 때 나를 못 살게 군 아이를 40, 50년 뒤 만났는데 그 친구는 반가워했지만 나는 ‘저 녀석이 나를 못 살게 굴던 놈’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지만 피해자는 잊지 않는다. 다만 용서할 뿐이다. 일본의 가해 행위는 용서할 수 있으나 잊지 않는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국빈 방일에 대해서도 “모든 나라에 국빈 방문했지만 일본은 안 가고 있다. 일본 국회에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하면 (방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과 많은 것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으로 해나가야 한다”며 과거사 외에선 협력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날 오후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외교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믿어지지 않는 발언이다. 악영향이 수년에 걸쳐 미칠 것”이라며 “한국의 차기 정권에서도 양국 관계의 회복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도 “한국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직접적인 표현으로 일왕에게 사죄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라며 “독도 방문에 이어 한·일 관계에서 강경 자세를 보임으로써 ‘애국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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