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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1만개 중국 영화시장, 한국 감독이 달려간다

중앙일보 2012.08.15 00:42 종합 22면 지면보기



안병기·허진호·오기환 … 장르별 대표감독 앞다퉈 진출

안병기 감독이 중국에서 만든 공포영화 ‘필선’. 중국에서 금기인 귀신의 등장 없이 공포스러운 분위기만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사진 미로비젼]


‘폰(2002)’ ‘분신사바(2004)’로 공포영화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힌 안병기(46) 감독.



 그가 최근 중국 영화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중국 자본으로 만든 저예산 공포영화 ‘필선(筆仙)’으로 중국 공포영화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소설가인 여주인공이 아이를 빼앗으려는 전 남편을 피해 아이와 함께 별장에서 기거하며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다룬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는 첫주 박스오피스 4위를 했고, 현재 매출액은 6000만 위안(106억원)에 달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로 대표적인 멜로영화 감독으로 평가받는 허진호(49) 감독은 5월말 자신이 만든 중국영화 ‘위험한 관계’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섰다. 중국 제작사 중보촨메이가 2억 위안(355억원)을 투자했다. 동명의 프랑스 소설이 원작이다. 허 감독은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바람둥이(장동건)와 색깔이 다른 두 여자(장쯔이·장바이쯔)가 나누는 치명적 사랑을 그렸다. 중국에서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감독들 중국 수출시대= 한국의 감독들이 중국에서 직접 영화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업의 정석(2005)’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낸 오기환(45)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영화 ‘선물(2001)’의 중국판 리메이크를 찍는 중이다. 공포(안병기)·멜로(허진호)·로맨틱 코미디(오기환) 등 각 장르의 대표 감독이 모두 중국 영화계에 진출한 셈이다. ‘엽기적인 그녀(2001)’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곽재용(53) 감독을 비롯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도 느는 추세다.



 중국 영화계가 한국 감독들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자국 영화시장의 콘텐트를 생산할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화시장이다. 지난해 극장매출은 131억 위안(2조3000억원)으로 매년 30%씩 성장한다. 스크린수는 하루에 4~5개씩 늘어나 현재 1만개에 달한다. 한 해 560여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지만 감독과 전문스태프는 부족한 상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베이징사무소의 김필정 소장은 “중국은 검증된 감독에게만 제작을 맡긴다. 그런 감독이 홍콩을 포함해 30여명 밖에 없기 때문에 한류(韓流)로 검증된 한국 감독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검열과 높은 개런티는 걸림돌= 중국 영화에서 미신·풍기문란·정치적 금기에 대한 검열은 엄격하다. 공포영화의 경우 귀신이 등장하면 안된다. 유물론적 세계관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한 자가 벌을 받는 권선징악 스토리로 끝나야 한다. ‘필선’의 안 감독은 “공포영화의 기본 소재를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포 분위기가 나는 휴먼스토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위험한 관계’의 경우 바람둥이의 유혹을 받는 장쯔이의 항일투사 남편이 살아있는 설정이었는데 중국 측에서 “항일투사의 명예를 더럽혀선 안된다”며 죽은 걸로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5~6배 수준인 톱배우 개런티도 제약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한국 감독들의 중국수출은 국내 영화산업의 고용창출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진위 영화정책센터 박희성 팀장은 “투자를 받지 못해 영화를 찍지 못하는 한국 감독들에게 중국 시장은 새로운 일터”라며 “컴퓨터그래픽·사운드·특수효과 인력도 함께 진출해야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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