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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 헬렌 브라운

중앙일보 2012.08.15 00:06 종합 27면 지면보기
성생활을 비롯해 현대 직장여성의 처세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에세이 작가이자 미국 여성잡지 ‘코스모폴리탄’의 오랜(32년) 편집장 헬렌 G. 브라운(사진)이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별세했다. 90세.



 아칸소주 산골 출신인 브라운은 고교졸업 후 18개의 직업을 전전하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안착, 40세 때 출세작 『섹스와 독신여성』(1962년)을 펴내며 일약 명사가 됐다. 3년 뒤 ‘코스모폴리탄’의 편집장이 된 그의 취임일성은 “돈, 성공, 남자, 명성, 존엄 등 여성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 법을 알려주겠다”였다. 그는 가슴 골이 드러나는 미녀 사진에 ‘성(性)공 만큼 큰 실패도 없다(Nothing Fails Like Sex-cess)-진짜 사랑만들기에 필요한 사실’ 같은 제목을 곁들여 잡지표지를 만들었는가 하면 여성잡지에 남자배우 버트 레이놀즈의 누드를 실어 대대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브라운의 지휘 아래 ‘코스모폴리탄’은 판매부수가 최고 300만 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베티 프리단 등 당대의 여성운동가들은 브라운과 그의 잡지에 극단적인 혐오를 드러냈다. 일부 여성들은 브라운의 사무실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브라운은 출세작을 내놓기 이전인 37세 때 6세 연상의 이혼남 데이비드 브라운과 결혼했다. 데이비드는 나중에 ‘조스’ 등 흥행작을 만든 영화제작자로 2010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브라운은 『사무실에서의 섹스』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고, 일부 저서는 한국에도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원제 Mouseburgering) 등의 제목으로 번역됐다. AP통신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에 빗대 브라운을 ‘원조 캐리 브래드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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