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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지고 기름지고 ...회는 쫀득, 전은 고소...보약 같은 여름 민어

중앙선데이 2012.08.11 22:56 283호 22면 지면보기
1 민어회
여름철 생선 중 최고는 민어(民魚)다.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많아 여름을 이겨내는 보양식으로 아주 좋은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여름이 한창인 7~8월께가 되면 민어의 맛이 가장 좋아지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산란기를 앞두고 먹이를 열심히 먹어대 살이 통통하게 찌고 기름기가 잔뜩 오르기 때문이다. 자칭 미식가라면 이때를 기다렸다가 민어를 맛있게 즐겨줘야 어디 가서 명함을 내민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1> 민어회와 목포 ‘영란회집’

민어는 백성 민(民)자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일반 ‘백성’들이 쉽게 즐길 수 있을 만큼 흔한 생선은 아니다. 옛날에는 인천 앞바다까지 이르는 서해에서 민어가 많이 잡혔다는데 차츰 어획량이 줄어 이제는 전남 신안군 임자도 부근의 어장에서만 잡히는 귀한 생선이 되었다. 그래서 값이 다른 생선들보다 비싼데, 여름 제철 민어는 그래도 꼭 먹어볼 만한 값어치가 있다.
민어의 본고장은 예전부터 신안군 부근의 어물들이 주로 모이는 집산지인 전남 항구도시 목포다. 목포의 한가운데 중앙동에 가면 아예 ‘민어의 거리’라는 곳이 있다. 지금은 일곱 군데의 민어 횟집이 거기에서 영업하고 있다. 원래는 더 많은 집이 있었는데 민어 가격이 점점 더 비싸지면서 대중적이지 않게 되자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영란회집’이다.
‘영란회집’은 그곳에서 2대째 민어 횟집을 하고 있는 곳이다. 1969년 처음으로 그 거리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니 이제 43년이나 됐다. 지금은 84세가 되신 김은초 할머니가 이름도 없는 조그마한 식당을 열고 민어회를 한 접시씩 썰어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목포에서 가장 처음으로 시작된 민어 횟집이 되었다고 한다.

2 제철을 맞아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주방. 17~18㎏짜리 큰 민어를 하루에 20마리 정도 판매할 정도로 바쁘단다. 민어를 다루는 손끝이 안 보일 정도로 바쁘게 움직인다. 3 영란회집. 목포에서 민어회를 가장 먼저 시작한 집. 1969년 시작해 43년이 되었다. 4 박영란 사장이 직접 소개해 주는 민어회 맛있게 먹는 법. 상추에 깻잎을 겹쳐 넣고 민어회 한 점을 올린다. 초장에 겨자를 조금 섞어서 참기름과 함께 곁들인다.여기에 생마늘 한 점과 고추를 얹어서 먹으면 최고로 맛있다. 5 민어전. 제철 기름기가 자르르한 민어회를 노릇노릇하게 전으로 부쳐내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기 바쁘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식당 이름도 없었다. 그러다가 한참 지나 장사가 어느 정도 되고 나서 세무서에 영업신고를 하게 되었는데 식당 이름이 없다고 하니 세무서 직원이 즉석에서 이름을 지으라고 했다. “큰 아이 이름이 뭐요?” 하고 물으면서 그 아이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으라고 권했단다. 그렇게 해서 큰딸의 이름을 따서 식당 이름을 지은 것이 바로 ‘영란회집’이다. 지금 어머니의 뒤를 이어서 2대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이 바로 그 큰딸 박영란(60) 사장이다.

‘영란회집’이 민어 횟집으로 유명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비결이 있었다. 첫째는 민어를 싱싱하고 좋은 것만을 쓴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고정 거래처를 정해놓고 외상 거래가 아닌 현금을 바로 지급해 주고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만을 가져다 주도록 하면서 민어의 품질을 유지한다고 했다. 두 번째 비결은 이 집만의 특제 초장이다. 막걸리 식초를 발효시켜 이것을 기본으로 해서 초장을 만드는데 보통의 초고추장과는 달랐다. 이 집의 초장은 고추장이 아니라 고춧가루를 넣어서 만든다. 막걸리 식초에 고춧가루, 그리고 물엿과 설탕, 생강 등을 넣어 만든 초장은 아주 독특한 맛이 났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한데, 좀 더 깔끔하면서 깊은 새콤한 맛이 난다고 할까. 이 식당을 다녀간 손님들이 하도 이 초장이 맛있다고 얘기들을 하고 다니는 바람에 다른 식당들에서도 많이들 배우러 온다고 했다.

6 영란회집 민어회 맛의 비결,특제 초장. 막걸리 식초를 발효시켜 만든 이 독특한 초장때문에 단골이 된 사람이 많다. 고추장을 쓰지 않고 고춧가루를 넣어 만드는 것이 특이하다. 7 목포시 중앙동에 있는 민어의 거리. 민어회를 파는 식당이 일곱 군데 있다.
세 번째 비결은 민어를 다루는 솜씨다. 민어를 차갑게 숙성하는 것부터 시작해 민어를 다듬어 손님상에 썰어내고, 전을 부쳐내고, 탕을 끓이는 방법들이 모두 몇 십 년이 넘는 오랜 내공에서 나오게 되니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이다. 작은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미세한 차이들이 모여 음식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법이다. 마침 복날에 ‘영란회집’을 찾았다. 올해는 인근 여수에서 엑스포가 열리는 바람에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도 손님으로 북적댔다. 복날이면 17~18㎏ 나가는 큰 민어를 20마리나 팔 정도로 손님이 많단다. 예전에는 한 시간씩 줄을 섰다고 한다. 어렵게 자리잡고 앉아 민어회 맛을 봤다. 차갑게 잘 숙성돼 차지고 쫀득쫀득해진 육질이 입안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다. 다른 회보다는 깊고 묵직한 맛이 난다. 민어는 활어로 먹지 않고 잡은 다음 숙성시켜 먹는 것이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바로 딱 맞다는 느낌이었다. 원래 생선이나 고기는 숙성하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Inocinic Acid)이 만들어진다. 이 감칠맛이 민어의 고소한 지방과 단백질에 잘 어울리면서 이렇게 멋진 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부드럽게 씹히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며 술술 넘어가는 맛이 과연 여름철 생선의 백미(白眉)다운 맛이다.

민어회의 여운을 뒤로 하고 민어전을 시켰다. 예부터 민어전은 수라상에도 오르고 혼례나 회갑연 같은 귀한 잔칫상에 쓰이던 고급 음식이다. 갓 부쳐낸 따끈따끈한 민어전은 한마디로 그 맛이 예술이었다. 산란기를 준비하면서 기름기가 자르르 오른 민어 살로 전을 부쳐내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기름기가 없어서 푸석푸석한 다른 생선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민어회보다 민어전이 훨씬 맛있다고 얘기하는 분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올해 들어 민어 수확량이 떨어지면서 값이 많이 올랐었는데 다행히 8월 초부터는 민어가 다시 많이 잡히기 시작하고 있단다. 산지 가격이 ㎏당 6만원 선까지 올라갔었는데 그 절반으로까지 떨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가격도 떨어졌다는데 이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이렇게 멋진 맛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입안에 가시가 돋지 않을까?
* 영란회집: 전남 목포시 중앙동 1가 1-1
(061-243-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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