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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현안 변화없는 일본 … 외교 대신 행동으로 경고

중앙일보 2012.08.11 01:58 종합 1면 지면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후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1954년 독도의용수비대가 바위에 새겨놓은 ‘한국령’ 글을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독도=최승식 기자]
광복 67주년을 닷새 앞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와 울릉도를 방문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장관 대신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 그리고 역사·국토에 대한 글을 써온 소설가 이문열·김주영씨와 함께 갔다. 청와대는 ‘친환경’ 차원의 방문임을 강조했다.


[뉴스분석] 독도에 간 대한민국 대통령

 하지만 대통령의 동선과 말엔 ‘독도는 한국 땅’이란 메시지가 강하게 담겼다. 대통령이 직접 독도에 발을 디딤으로써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허구란 걸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독도경비대원들에게 “우리 국토의 동해 제일 동단(東端)이 독도”라며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긍지를 갖고 지켜가자”고 당부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일본에 대해 초강경 발언을 해도 독도를 직접 가진 않았다.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부각시키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릴 수 있다는 위험, 그리고 한·일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대신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그런 기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청와대에선 “기존 대응 방식대로 하기엔 일본이 선을 넘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8월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들이 울릉도를 방문하려 했고, 올 초엔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이 일본 국회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국에) 전하겠다”고 했다. 6월 여수엑스포에선 일본 정부가 독도·동해 표기를 문제 삼아 ‘일본의 날’에 관료 파견 계획을 취소했고 지난달 말엔 ‘방위백서’에 8년 연속 ‘독도는 일본 땅’이란 주장을 담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답보상태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 교토에서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인도적 문제”라고 촉구했으나 진전은 없고 오히려 악화일로다. 청와대에선 “일본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정치 상황이 감안됐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에겐 임기 말 국정 장악력 확보가 최대 과제다. 광복절을 앞두고 대일 강성 행보는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재료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6년 4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강하게 발언하자 지지율이 5%포인트 정도 높아진 적이 있다. 그렇더라도 전문가 중엔 “우리가 먼저 일본을 자극하고 분쟁을 야기하는 건 부적절하다”(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의견이 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10일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데 이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켰다. 겐바 외상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해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 소비세 인상법안의 국회 표결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겹친 것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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