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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어설픈 정보력이 자녀 입시 망친다”

중앙일보 2012.08.11 00:40 종합 18면 지면보기
“대치동 학원가가 저물고 있다.”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 입시를 망친다.” 도발적 발언들이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 손주은(51) 대표 입에서 나왔다. 한때 ‘손사탐’이라 불리는 최고인기 강사로 국내 사교육 시장을 주름잡았던 그다. 2000년 차린 회사는 연매출 2600억원대로 성장했고, 지금도 그가 나서는 입시 설명회엔 비책을 듣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방학 기간 인터뷰를 청한 것도 ‘입시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는 사교육 시장과 대입제도에 대한 비판에 할 말이 많았다. 칠판만 없을 뿐 오래 준비한 2시간짜리 강의를 듣는 듯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머리속엔 ‘잘못된 입시가 사교육을 만든다’는 문장이 남았다. 빨간 펜으로, 그것도 밑줄까지 쫙 그어진 채.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 속으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손 대표는 꼭 10년 전 인터뷰에서 ‘한국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첫째, 사교육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 둘째, 나는 깨끗한 장사꾼이 돼 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생뚱맞게 들렸던 말이 이제는 조금 현실적으로 들린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 불이 꺼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교육의 사다리 사라지면 사교육도 줄 것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인터뷰에서도 강의하듯 거침없는 언변과 제스처를 보여줬다. 체력이 대단하다 했더니 “이래야 오히려 에너지가 솟는다”며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적중률이 높다.



 “90%? 사교육에 대한 얘기는 그냥 한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할 땐 교육이 신분 상승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었고, 교육을 통해 계층을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중산층보다 조금 못사는 집 아이가 서울대나 연·고대를 나왔다 치자.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도 남는 게 별로 없다. 평생 집 한 채 마련하면 끝이다. 그런데 다른 한쪽엔 수백억원대 자산가 아버지를 둔 아이가 있다. 그럼 세금 낼 거 다 내도 100억원은 물려받는다. 100억원은 알아서 증식되는 재산인 셈이다. 그 아이와 이 아이가 붙으면 게임이 안 되는 거다. 옛날엔 우리 사회가 갖는 자산이 크지 않았다. 있다 해도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런데 점점 더 돈이 돈을 벌고 부자의 규모가 커지니 신분이 상승할 가능성은 더 작아졌다. 교육이 사다리가 못 되면 사람들은 다른 길을 택하게 될 거다. 스티브 잡스처럼 부자들과 경쟁하지 않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거기서 최고가 되는.”



●그래도 사교육이 줄어든단 말이 믿기지 않는다.



 “난 통계로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 양상을 중시한다. 사교육 축소는 아직은 중등, 특히 고등학생 입시 쪽이다. 아마 실감하지 못하는 건 초등 쪽 비중이 크기 때문일 거다. 영어 조기교육도 그렇고, 다들 애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미술·과학·체육까지 너나 없이 사교육을 한다. 이런 이유도 있다. 이 시장에서 버텨야 하는 생계형 강사들이 많다보니 그들이 다른 살길을 찾을 때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부수적인 문제들이 해결되면 사교육 시장은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가 쇠퇴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것 같다.



 “내가 이미 지난해부터 하고 다닌 소리다. 대치동 학원들, 되는 데가 거의 없다. 내가 대치동에서 입시강의를 한 게 1997년 2월이다. 당시 시장조사를 했더니 입시학원 두 개를 포함해 보습학원이 80개더라. 너무 많아서 놀랐는데 지금은 1000곳에 육박한다. 15년 전으로 되돌아가진 않아도 5년 내 200~300곳 정도는 사라질 것으로 본다.”



●왜 그리 확신이 강한가.



 “이 바닥에서만 25년, 과외부터 따지면 30년 넘게 입시로 먹고살았다. 감각적으로 다른 사람과 느끼는 게 다르다.”



 “대입 성공 3박자 시대 이미 끝났다”



 그가 과외를 시작한 건 1987년. 대학(서울대 서양사학과)을 졸업한 직후였다.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50만원 하던 시절 그는 연 2억원을 벌었다. 90년 처음 학원을 차린 뒤에도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아픔도 있었다. 91년 교통사고로 아들에 이어 딸마저 떠나보냈다. 하지만 장례를 치른 뒤 학원에 가서 마음을 추슬렀을 정도로 ‘강의에 미쳤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그가 97년 고액과외 대신 대중강사의 길로 나섰고, 2000년 7월엔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중심으로 하는 메가스터디를 세웠다. ‘깨끗한 장사꾼’이 되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단다. 이후 코스닥에 입성한 회사는 영업이익이 759억원(2011년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스코어, 우려의 시선도 많다. 2008년 4월 38만99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수능과 EBS의 연계도가 높아지는 게 주된 원인이다. 그런데도 그는 “사교육 시장이 줄어드는 게 바람직하다”고까지 했다.



●사교육 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위험하지 않나.



 “맞다. 그래서 돈 좀 벌려고 하는 선생님들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공감하는 선생님들도 적지 않다. 왜? 그들도 역시 학부모 아닌가. 요 전날 선생님 중 한 명이 그러더라. ‘우리 대표님은 군수공장 공장장인데, 알고 보면 반전주의자다’라고. 맞는 소리라고 했다.(웃음) 모순이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그렇지만 기업인도 결국 다수 국민의 보다 나은 삶에 우선 가치를 둬야 하는 게 아닌가. 기업이 돈을 버는 게 목적이지만 사기 쳐서 돈을 벌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그는 오히려 현 입시제도가 시장의 감소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만 놔뒀으면 더 급속히 줄어들었을 텐데 마치 교육부가 사교육을 살려주려고 비밀팀을 만든 것 같다”고도 했다.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현 입시가 사교육을 더 부채질한단 소린가.



 “ 대입 전형 종류만 3298개다. 이러면 전문가도, 학생도, 학부모도 뭔지 모른다. 그러니까 사교육 기관들이 학생들을 불러 요령을 알려준다고 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거다. 변종 사교육을 양산시키는 대입이다. 난 입시설명회 가면 이런 소리 꼭 한다. 사교육은 가만뒀으면 사그라졌을 텐데 이명박 정부가 대입 자율화 정책을 쓰면서 되레 살려놨다고. 교육부 장관이 현장을 전혀 몰랐던 탓이다. 미국의 대입제도를 한국에 무작정 적용한다고 되나. 어떤 자들이 미국 가서 공부 좀 하면서 입학사정관제 좋다고 들여왔을 텐데 참…. 현 대입제도는 지난 40년 대한민국 입시 역사에서 최악의 작품이다.”



●대입 자율화는 세계적 흐름 아닌가.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대학이 대입에서 학벌주의 이상의 더 높은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학들이 전국 대학의 균형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이는 데 책임을 느꼈다면, 이렇게 복잡하고 괴상한 입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수시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생 한 명이 원서를 6개씩 쓰는데 이게 애들 죽이는 거다. 전형료만 1인당 50만원이 넘는데 학교로서는 그냥 이걸 즐기자는 거겠지. 학생 숫자는 줄어드는데 대입 경쟁률이 50대1씩 나온다는 게 말이 되나. 대학들이 내놓은 이상한 전형에 사기 당해 스펙 쌓다가는 다 망하는 거다. 우리나라 고딩이 공부하면서 언제 봉사활동 하고, 1인 기업 만들고, 인턴할 시간이 있나. 한 해 40명 뽑는 ‘창의인재 전형’, 이런 거 언론에서 소개 안 해줬음 좋겠다. 이거 보면 학부모들이 괜히 혹하기만 한다.”



 그는 어느새 화살을 정부에서 대학으로 돌렸다. 작심한 듯 비난을 쏟아냈다. “대교협 관계자들, 그러니까 대학 총장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제도를 만든 게 하나도 없다. 그저 각 학교가 자기네한테 유리하게만 전형을 만들고 칼자루만 쥐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전형이 복잡해지면 서울 15개 대학만 서열화되고 독식하는 거다. 스카이-서성한이-중경외시-동건홍숙, 애들이 이렇게 순서를 다 외우고 있다.”



●실력에 따라 순서대로 대학에 가는 게 나쁜 건가.



 “들어간 애들은 행복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잖나. 기껏 들어가놓고 또 재수를 한다. 이 대입제도는 전국 문과 500명, 이과 200~300명 빼고는 모두에게 고통이다.”



●이렇게 나쁜 입시인데 왜 비판이 별로 없나.



 “몰라서다. 99% 국민은 입시와 관계가 없으니까. 대학에 선발권을 주고 다양한 전형을 한다는데 얼마나 명분이 좋나. 고3과 학부모만 속이 터진다. 그러다 점수 맞춰 가고 나면 또 그냥 넘어가고. 옛날엔 학력고사를 놓고 말이 많았다. 간단하니까 비난도 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이젠 기자들도 이해하기 힘든 전형이니, 원….”



●엄마의 정보력으로 극복할 순 없나.



 “2~3년새 엄마의 정보력도 무력화됐다. 재수생에 비해 고3의 명문대 진학 비율이 준 것도 그래서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대입 성공의 3박자 시대는 끝났다. 엄마의 어설픈 정보력이 자녀의 입시를 망친다. 그게 대치동발 현재의 입시 상황이다. 입시를 대충 아는 엄마들이 사교육 기관에 가서 사기 당한다. 우리나라는 사(私)교육이 아니라 사(邪)교육이 훨씬 많다.”



●독설이다.



 “현재의 입시제도 자체가 사(邪)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주요 대학에 수능만 잘 봐서 우선 선발되는 건 아주 어렵다. 그래서 논술 중심 전형으로 몰린다. 논술 성적과 학생부 성적을 합산한다고 하니까 죄다 논술학원을 떼로 끊는다. 그리고 1000명 뽑는 데 10만 명이 지원한다. 한데 알고 보면 이것도 수능 점수가 어느 정도 전제돼야 채점 대상이 된다. 7만 명 답안지는 보지도 않는다. 학원에서 이건 쏙 빼고 지갑을 쥐고 있는 엄마들에게 자꾸 바람을 넣는 거다.”



●그래도 엄마들이 신경을 끌 수 있나.



 “맞다. 고교 1학년 엄마들은 말해도 안 듣는다. 그럼 난 그런다. 애가 공부 잘하니까 특목고나 스카이 나와 의사 됐다고 치자. 쥐꼬리만 한 남편 월급 쏟아부어 그렇게 성공해도 조금 지나면 며느리만 덕 보고 있을 거라고. (며느리가) 틀림없이 낚아챌 테니 헛방이라고, 허허. 엄마들이 자식이 아닌 자기 인생을 충실히 살았다면 이 정도로 사교육이 문제가 되진 않았을 거다.”



●엄마 덕에 성공한 애들도 있지 않나.



 “언론도 그렇고, 학원도 그렇고, 자꾸 엄마의 특별한 노력을 강조하는데 그건 극히 소수 얘기다. 대체적으로 대학 잘 가는 애들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열정적인 노력을 하는 애들이다. 개인적 성취도가 높은 애가 결국 성장한다. 이건 우리 학원 장학금 받은 애들 데이터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다. 실질적인 입시 조언을 해달라.



 “너무 복잡하면 전략이 안 통한다. 이럴 땐 기본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하다. 사업도, 인생도 그렇지 않나. 국영수에 이과는 과학탐구를 열심히 하면 된다. 등수가 낮다면 가장 점수 올릴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라. 쉬운 수능 기조 덕분에 중위권 학생들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상위권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지금 같은 방학이면 꽂히는 거 한 번 해보는 거다. 책을 읽든, 운동을 하든.”



●이렇게 현 입시를 비난하는 건 메가스터디에 악재를 줬기 때문 아닌가.



 “수능과 EBS의 연계성이 커졌으니 그렇게 보는 이들이 많다. 일부는 또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사업가로만 사는 게 아니잖나. 이 시대의 의미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높은 가치와 낮은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 강사 아닌 스타 학생의 시대 올 것



 그는 답변에서 ‘가치’라는 말을 자주 썼다. 역시 자주 언급한 ‘깨끗한 장사꾼’이란 말과도 관련이 깊어보였다. “깨끗한 장사꾼이란 이런 거다. 양심적으로 할 때 비용이 100 들어가고, 비양심적으로 할 때 90 들어간다면 난 전자를 하겠다는 거다. 탈세하느니 내 양심을 지키는 것, 이게 나의 우선 가치다.”



●깨끗한 장사꾼, 얼마나 실현했나.



 “기업을 하면서 이 원칙은 정말 철저히 하자고 했다. 소비자에게 가짜 상품은 절대 내놓지 않는다는 원칙 말이다. 가령 논술학원 같은 거 안 했다. 2000년대 초반에 단타 논술학원을 차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반짝 해서 (실력이)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말았다. 특목고 입시학원도 교육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는 거라서 말았다.”



●그 정도 이념이면 왜 공교육에 참여하지 않았나.



 “96년에 학교 세울까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그건 돈 벌고 난 뒤 사회적 지위와 명예도 얻겠다는 수작 같았다. 4~5년 전엔 자립형 사립고를 세울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 인수하라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 나중에 뒷돈으로 다 빼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 아니다 싶었다. 오히려 기존의 관행 없이 학교를 제대로 꾸리려면 재단 적립금으로 한 해 30억원씩 들어가야겠더라. 그러려면 우리 기업이 훨씬 더 커져야 한다.”



●사교육 시장이 망해간다면서 돈은 어디서 버나.



 “우리 임원 중 한 명도 묻더라. 그럼 우리 사업은 어떻게 되느냐고. 나도 아직은 답을 못 찾았다. 전혀 다른 방식이나 영역을 생각해야 한다. 이걸 못하면 미래가 암담하다. 분명한 건 서비스 방식의 혁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우리가 우선 할 일이라는 점이다. 가령 고객인 학생을 스타로 만드는 거다. 공부 과정 자체를 따라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식이다.”



●교육시장 말고 딴 길도 모색 중인가.



 “그건 아니다. 사교육이 급격히 약화될 건 틀림없지만 교육사업에도 의미있는 영역,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은 분명 남아있다. 예를 들어 재수생 교육은 사교육이 품어줄 부분이다. ”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인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



 “다행히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는 편이다. 난 교육정책에 대한 결정권은 없지만 문제 제기를 하는 것만으로 즐겁다. 예전에도 새벽 2시30분까지 강의하고 나면 오히려 힘이 더 솟았다. 대신 CEO 포럼 같은 데 가면 스트레스 받는다. 서로 주인공이 되려는 자리에서 체면 때문에 쓸데없는 말하고, 서로 배려해주고, 그런 게 싫다.”



 그는 인터뷰 내내 ‘명문대로 가는 길’, 그 이상을 제시하고 싶어했다. 그러면서 수험생들에게, 인생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고 했다. “공부든 사업이든 딱 두 가지가 있어야 성공한다. 첫째는 왜 성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 둘째는 그걸 잘할 수 있는 DNA다. 합격 그 자체보다는 삶의 가치와 지향점, 비전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부터 먼저 풀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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