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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호케스의 올림픽

중앙일보 2012.08.11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진홍
논설위원
#1941년생이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곧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42년생이니 그보다도 한 살 더 많은 이가 임원도 아닌 선수로 출전했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하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일본의 승마 대표선수로 출전한 호케스 히로시(法華津<5BDB>)의 올해 나이는 정확히 71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최고령 출전선수였는데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23세였던 1964년 도쿄 올림픽에도 일본의 승마 대표선수로 출전했었다. 그 후 44년 만인 2008년에 다시 올림픽 무대로 돌아와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그의 세 번째 올림픽인 셈이다.



 #하지만 호케스와 올림픽의 인연은 사연이 많았다. 그는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도 일본대표팀 후보로 뽑혔지만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그 후 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따놓고서도 자신의 애마(愛馬)가 출국 검역에서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여 반출 불가 판정을 받자 말과 함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쓰라린 기억이 있는 사내다. 그 일이 있은 후 호케스는 사실상 선수생활을 그만뒀다. 일본의 명문 게이오대 출신인 그는 그 후 사업가로 변신해 외국계 제약회사의 대표로 활동하다가 2003년 정년퇴직을 했다. 이를 계기로 호케스는 다시 승마로 돌아와 제2의 도전을 감행하게 된다. 그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가족을 일본에 남겨둔 채 혈혈단신 독일 아헨으로 승마 유학을 떠났다. 승마의 본고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호케스는 기술과 기량 면에서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럽 각지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입상해 마침내 일본 국가대표로 다시 선발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졌다 끊어졌다 다시 이어진 그와 올림픽의 인연은 실로 놀랍고도 감동적이다.



 #호케스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전 세계 노인들의 희망이 되겠다”며 출전 소감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내심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후 더 이상의 올림픽 출전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 국민의 낙심하고 낙담한 심정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불굴의 용기를 불어넣고, 특히 일본의 노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 위해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비록 그는 며칠 전 런던 올림픽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결과, 메달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지만 그런 순위와는 상관없이 일찌감치 ‘런던 올림픽을 빛낼 10인의 수퍼스타’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그는 우리에게 진정 올림픽이 무엇인지를 보다 근원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승마는 기수 못지 않게 말도 주인공이다. 현재 호케스 히로시의 애마는 위스퍼라는 이름의 15세 된 암말이다. 호케스는 스스로 “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지만 아직 쓸 만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수의사들 눈에는 퇴출 직전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케스는 사람의 나이가 많다고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듯이 말이 나이가 많다고 경기에 나갈 수 없는 것은 아니라며 애마 위스퍼를 극진히 돌봤다. 그리고 마침내 호케스와 위스퍼는 한 호흡으로 런던 올림픽에 나가 자신의 인생을 담은 멋진 마장마술 경기를 펼쳐보였다.



 #키 1m68㎝, 몸무게 62㎏인 호케스의 체형은 대학 졸업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매일 승마를 거르지 않은 게 비결 중 비결이란다. 그는 회사를 경영할 때도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말을 타고, 말과 대화한 후 출근했다고 한다. 그 한결같음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말한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목표가 있으면 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그는 지금 나이에도 말을 탈 수 있어 기쁘고 아직도 하루하루 실력이 늘고 있음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결코 승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그야말로 정말 멋진 올림픽의 전설이 아니겠는가.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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