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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차세대 전투기는 미래전략 핵심이다

중앙일보 2012.08.11 00:28 종합 31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한국 정부가 올가을 차세대 전투기 기종을 선택할 예정이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은 기존의 F-4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대한민국 공군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이다. 현재 후보로 미국 록히드의 F-35와 보잉의 F-15SE, 그리고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일본은 5세대 전투기인 F-35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했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은 성능과 비용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문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대목이 있다. 차세대 전투기 선택 자체가 그 나라의 미래 국방전략 및 동맹관계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냉전이 끝날 무렵 일본이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국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 많은 전문가는 일본이 자국의 군사기술 독립을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었다(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일본은 F-35를 차세대 전투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한의 위협이라는 주변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 및 합동 전투력 강화, 그리고 전투기의 스텔스 기능을 중시한 선택이다.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차세대 전투기 선택은 한국의 안보 브랜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종 선택을 위해선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점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술민족주의(technonationalism)에 집착해선 안 된다. 기술민족주의는 전투기의 성능이나 가격보다 기술 이전에 더 비중을 둔다. 물론 전투기 관련 기술 도입과 산업기반 확충은 중요하다. 하지만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각국이 모든 기술을 보유할 필요는 없어졌다. 특히 전투기의 경우 더 그렇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첨단 기술을 쫓아가며 전투기를 직접 만드는 데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좋은 엔진을 만들 능력만 있으면 전투기를 직접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불가능하다. 온갖 첨단 전자통신 장비가 들어가야 한다. 최근엔 전투기와 인공위성, 그리고 지상 통제센터를 직접 연결하는 복합시스템 연계까지 필요하다. 이런 체계는 어느 한 나라가 개발하고 구축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이런 첨단 기술을 국산화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술민족주의 때문에 한국 공군의 전투력을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전투기의 도입뿐 아니라 운영과 관리 등 전 과정을 감안해야 한다. 전투기 한 대의 도입 가격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 전체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투기 사업은 비행기 도입이 아니라 공군 전투력의 시스템 관리라는 종합적인 사업이다. 도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후 운영을 위한 정비관리는 물론 기술발전과 환경변화에 따른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한국 내 일부에선 ‘왜 우리가 미국의 해외군사판매(FMS) 방식에 따라야 하느냐’는 불만과 의문이 있는 것으로 안다. FMS 방식에 따를 경우 미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야 하기에 불편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고 미국의 군수업체와 직접 협상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FMS 방식이 직접 협상보다 한국에 더 도움이 된다. 특히 전투기와 같은 첨단무기의 경우 더 그렇다.



 FMS방식을 통해 미국 정부의 보증을 받음으로써 한국 공군은 전투기의 도입뿐 아니라 이후 관리와 운영 및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미국 공군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투기와 관련된 첨단기술은 미국 공군이 세계 최고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FMS 방식을 통함으로써 한국 공군과 미국 공군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공군이 앞으로 스텔스 기능을 다변화하고, 육군이나 해군과의 통합전력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기술과 전술을 개발할 때마다 이를 한국군과 공유하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과 한국 국방 관계자들은 앞으로 전투기 선정과 관련해 긴밀한 고위급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결정 과정이 정치에 휘둘려선 절대 안 된다. 정치적으로 판단할 경우 전투력 향상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한·미 동맹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대화를 통해 미국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정확히 요구하고, 그들로부터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충분히 받아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국 공군이 10년이나 20년 후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라. 과연 어떤 선택이 한반도의 안전을 지켜줄 것인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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