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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맞춤 수업 … 이젠 사교육 부럽지 않아요”

중앙일보 2012.08.07 03:12 1면 지면보기
아산시에서 시행중인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가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농촌지역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해 마련됐다. 도시에 비해 사교육 기회가 적은 산간·벽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는 게 목표다. 강사는 학부모와 다문화 여성 등 지역인재를 활용한다. 교육 장소는 접근성이 좋은 마을회관·성당·도서관을 이용한다. 시에서는 강사료와 교재비 일정부분을 지원한다. 지난달 31일 방과후 학교가 열린 아산 공세2리를 다녀왔다.


아산시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 호평

글=조영민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지난달 31일 아산 공세2리에서 열렸던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이 영어로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마을회관 옆 작은 도서관에서 10여 명의 초등학생이 모여 영어수업을 받고 있었다. 한국인 강사와 원어민 강사는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퀴즈 게임을 곁들이며 수업을 진행했다.



“재혁이가 뽑은 이 동물의 이름이 뭘까요?”



오명남(43·여)강사가 인주초 2학년인 이재혁군이 뽑은 동물 카드를 보이며 종류를 물어보자 아이들은 “물고기요”라고 일제히 소리친다.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요?”라고 묻자 저마다 “피쉬”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곧바로 원어민 안나(32) 강사의 부연설명도 이어졌다. 아이들은 안나 강사의 영어 설명이 알아듣기 어려우면 오 강사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두 강사의 열띤 강의에 아이들 역시 수업에 집중했다. 1시간 30분간의 수업이 끝나자 일부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놀았지만 일부는 안나 강사에게 모여들어 서툰 영어로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교육 소외 농촌지역 31개 마을 142명 참여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는 복 시장이 민선 5기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제도다. 도농복합도시인 아산을 교육불균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3월 처음 시작돼 현재까지 31개 마을 142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국 매니페스토 부문 우수사례로도 뽑힌 이 제도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업무를 전달받았을 때 막막했죠. 외곽지역이라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또 열의를 갖고 참가할 학부모가 있을지도 의문이었죠.”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 교육도시과 이현경 팀장의 얘기다. 이 팀장은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후 교육을 소개하기 위해 직접 외곽지역을 돌며 홍보에 나섰다. 시정 홍보지와 시청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처음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학부모들은 이 팀장의 적극적인 홍보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강사를 하겠다고 나선 학부모도 하나 둘 생겼다.



 “이곳 공세2리에서 지난해 3월 시작한 후로 입소문이 났죠. 학습능률이 오르고 아이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된 거니까요. 앞으로도 원하는 지역이 있으면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실제로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에 대해 올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고 실력향상 만족도에서도 7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역 학부모·다문화 여성 강사로 활용



“원래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해요. 이곳에서 제 꿈을 이룬 것 같아 좋고 우리 마을 아이들의 성적도 올라서 매우 만족합니다.”



 오 강사의 원래 꿈은 교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12년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게 된 오 강사는 늘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주변에 학원이 없어서 늘 고민이었죠. 남들처럼 좋은 학원을 보내고 싶고 과외도 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따로 가르치는 건 한계가 있어서 거주지를 옮길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이런 면에서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는 오 강사에게 특별한 제도다. 자신이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고 자녀의 사교육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됐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여기서 공부하기를 무척 좋아해요. 엄마가 선생님으로 있으니까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체계적인 교육과 맞춤형 학습으로 우리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어요.”



오 강사의 딸 맹나라(12)양은 “집에서 보는 엄마의 모습과 달라서 새롭기도 하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엄마의 도움을 받아 기분이 좋다”며 해맑게 웃었다.



필리핀에서 온 안나 강사에게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는 신기하면서도 고마운 제도다. 한국으로 온 지 8년이나 됐지만 언어와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산 도서관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그러다 오 강사님의 권유로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했죠. 필리핀에는 이런 제도가 없어서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근데 막상 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한국말도 배울 수 있게 됐고 이곳 문화도 알게 돼 만족해요. 딸만 셋인데 가끔 이곳에 데려와 같이 수업을 하기도 하죠.”



공세 2리 학부모 모임 김미화(45·여) 대표는 “학원에 다니려면 차를 타고 20분 나가야 하는데 마을 인근에서 이렇게 교육을 하니 효율적이다”며 “전국적으로 이런 제도가 활성화 돼 사교육으로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새로운 해결방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니페스토=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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