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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안 받겠다 … 이나모리 ‘배수진’ JAL 다시 날게 하다

중앙일보 2012.08.07 00:49 경제 6면 지면보기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항공(JAL) 명예회장 겸 교세라 명예회장이 지난 2월 ‘하나금융그룹 드림소사이어티’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해 강연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일본 재계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0) 일본항공(JAL) 명예회장 겸 교세라 명예회장이 JAL을 다시 날게 했다. 경영 부실로 도산한 뒤 상장 폐지됐던 JAL이 다음 달 19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재상장된다. 기업공개 규모는 6800억 엔(약 10조원)에 달해 올해 전 세계에서 이뤄진 기업공개 가운데 미국 페이스북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JAL의 지분 96.5%를 갖고 있는 정부 산하 기업재생지원기구는 이번 재상장을 통해 당초 투입한 3500억 엔의 공적자금 전액을 회수한다.


내달 19일 2년8개월 만에 재상장

 증시 재상장은 2010년 1월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간 지 2년8개월 만이다. 당시 JAL은 2조3000억 엔(약 34조원)의 빚을 안고 침몰해 일본의 장기 불황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기록됐다.



 부실 규모가 너무 크고 조직도 방만하게 운영됐기 때문에 회생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본 정부는 이나모리를 구원투수로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처음엔 고사했다. 집권당 실세들이 직접 이나모리를 찾아 삼고초려했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결국 그를 JAL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경영의 신은 역시 달랐다. 그는 JAL 회장 취임 한 달 만에 업무 파악을 끝내자 “법정관리 후에도 직원들에게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한 뒤 무서운 속도로 경영혁신에 나섰다. 핵심은 슬림화였다. 전 직원의 30%가 넘는 2만1000명을 감원하고 급여도 평균 20% 삭감했다. 수익이 나지 않는 국제선 40%와 국내선 30%는 노선을 폐지했다. JAL의 재무 상황을 수렁에 빠뜨렸던 퇴직자 연금은 퇴직자들을 설득해 지급 규모의 30%를 삭감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정치권과 채권단도 파격적인 지원으로 이나모리 개혁을 응원했다. 일본 정부는 JAL에 대해 법인세를 7년간 면제해주고, 은행권은 5200억 엔의 대출금을 탕감해줬다. 빠르고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JAL은 이나모리 취임 8개월 만에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1870억 엔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 4~6월에도 314억 엔의 이익을 거뒀다. 엔고(高)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덕도 봤다.



 이나모리는 JAL 재임 중 급여를 받지 않았다. 그게 그가 JAL 경영을 맡는 조건이었다. 솔선수범해 배수의 진을 치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경영이 정상화하자 이나모리는 지난 2월 비행사 출신의 우에키 요시하루(植木義晴)를 사장으로 발탁한 뒤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한발 물러났다. 이번에 상장을 마무리하면 그는 회사 경영을 안정화시킨 뒤 내년 2월께 JAL을 떠날 예정이다. 그가 JAL에 들어온 지 꼭 3년 만이다.



 JAL을 떠나면 그는 자신이 창업한 교세라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교토(京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교세라는 1959년 이나모리가 세운 작은 세라믹 제조회사에서 출발했다. 이나모리는 지방의 작은 회사를 전 세계에 221개 계열사를 거느린 직원 6만 명 규모의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키우면서 경영혁신의 귀재로 떠올랐다. 그의 부인은 한국인 농학자 우장춘 박사의 넷째 딸이다. 이나모리의 경영어록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경영 필독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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