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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력대란, ESS가 대안이다

중앙일보 2012.08.07 00:48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상진
한국전지산업협회장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것은 수은주뿐만이 아니다. 전력수요 또한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치솟고 있다. 인도에선 지난주 블랙아웃으로 6억 명이 전기 없는 이틀을 보냈다. 경제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입은 것은 물론 수많은 사람이 냉장고·에어컨·선풍기·전등 없이 고통을 겪었다.



 전기 에너지는 현대인에게 가장 쉽고 편리한 에너지원이다. 전기 에너지가 지구를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전기 없이는 살 수 없다. 지난해 9월 15일 있었던 대정전과 동일본 대지진, 원전사태 등을 통해 전기 없는 사회가 어떠한 모습일지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오싹할 정도다.



 지금까지 전기에너지 산업은 저렴하게 발전해서 송배전하는 것이 최대목표였다. 그러나 유가의 고공행진과 원전 기회비용 증가 등으로 발전단가는 거듭 치솟고 있으며,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따라 발전소를 새롭게 건설하는 것도 환경파괴 등의 문제로 방식을 막론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고출력 전기기기와 전기차의 보급이 더욱 확대된다면 그야말로 매순간 극심한 전력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절전 캠페인이나 가격 조정 등 수요 조절을 통한 대책은 이러한 전력대란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힘에 부쳐 보인다. 한정된 자원과 비용 등을 따져 볼 때 오히려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전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겨진다. 최근 들어 ESS(Energy Storage System·전력저장시스템)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SS는 일종의 대형 배터리 시스템으로 전력 수요가 적을 때나 혹은 심야 등 전기가격이 저렴할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거나 전기가격이 비쌀 때 꺼내 쓰는 장치다. 밤에 값싼 전기로 물을 퍼 올리고, 낮에 그 물로 발전해 비싸게 파는 양수발전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전력사용 평준화(Time/Peak Shift)용 외에도 ESS의 활용은 대단히 광범위하다. 발전소나 송배전 시설에 설치해 출력 안정화용으로 사용하거나 가정이나 데이터 센터, 공장 등에 설치해 비상전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항시 발전할 수 없는 태양광·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설치해 발전효율과 전력품질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되기에 친환경적이다. 우리나라 전 가정에 ESS를 보급할 경우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LG 등 배터리 분야에서 앞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세계 수준의 배터리 기술에 독보적인 정보기술(IT)을 결합해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ESS 시장을 선점하고자 뛰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규모와 수요가 적고, 이로 인해 발전사업과 전력계통, 전기의 소비형태 등 에너지산업에서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를 적립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올해부터 대규모 ESS 보급 사업을 진행한다. 일본 정부는 210억 엔을 들여 7월부터 가정과 상업시설에 보급하고, 도쿄시도 150억 엔을 투입, 중소기업용 ESS 보급 사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 정부도 전력수요의 안정화와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을 위해 ‘K-ESS 2020’이라는 장기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한다. 오는 2020년까지 ESS 보급용량을 150만kWH로 늘리고 세계 3대 ESS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ESS보급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ESS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박상진 한국전지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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