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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사도 최대 열흘 기다려야 설치 가능”

중앙일보 2012.08.07 00:42 경제 2면 지면보기
찜통더위에 에어컨이 특수를 맞아 진열했던 제품마저 몽땅 팔려 나갔다. 6일 서울 이마트 은평점 매장에 전시된 에어컨에 ‘이미 팔렸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계호 인턴기자]


찜통 더위에 시달리는 대구의 주부 홍경자(52)씨는 일주일째 거실에 새로 들여놓은 에어컨을 바라보며 부채질만 하고 있다. 홍씨는 “에어컨을 산 다음날 배송은 됐는데 설치는 1주일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더위 때문에 숨은 콱콱 막히는데 새 에어컨을 쳐다만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홍씨가 에어컨을 구입한 대리점의 에어컨 설치 기사는 “새벽에 나와 밤 12시가 넘도록 집집을 돌아다니며 설치 작업을 하지만 매번 ‘왜 이제 왔느냐’는 항의를 받는다”며 “설치 기사끼리 ‘너무 바빠 더위 먹을 시간도 없다’는 농담을 한다”고 했다. 찜통 더위에 에어컨이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벌어진 현상이다.

찜통 더위에 냉방기 불티
예년보다 2~4배 팔리자
휴가 미룬채 공장 풀가동
영남 판매량 서울 앞질러



 전국을 휩쓸고 있는 폭염에 에어컨 일부 모델이 품절되고 가전매장에 진열됐던 에어컨마저 팔리는 등 에어컨 특수가 벌어지고 있다. 하이마트는 지난달 21일 이후 전국 매장에서 매일 1만 대 이상 에어컨이 팔려 나가고 있다. 예년의 4배가 넘는 실적이다. 지난달 말엔 하루 1만4000여 대가 팔려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이마트나 삼성·LG전자 가전매장에서 에어컨을 구입하면 설치하는 데만 보통 7~10일씩 기다려야 하는 판이다. 예년 같으면 7월 말~8월 초쯤 내수용 에어컨 생산을 중단했던 삼성·LG전자도 올해는 근로자들의 휴가를 8월 중순까지 미룬 채 생산라인을 풀 가동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는 올 7월 한 달간 냉방용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0% 늘었다. 특히 지난달 31일 경북 경산이 최고기온 섭씨 40.6도를 기록하는 등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영남권에서 냉방용품 구매가 많았다. 옥션 전체의 냉방용품 판매량 중 부산·대구·울산을 포함한 영남권 비중이 33%에 달했고, 이어 인천·경기(24%), 서울(18%) 등의 순이었다. 더위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강원과 제주에서는 냉방용품 구입이 많지 않았다. 영남권에선 선풍기와 냉풍기, 이동식 에어컨을 많이 찾은 것도 특징이다. 옥션의 가전 담당 김문기 팀장은 “영남권은 더위가 극심하다 보니 배송 기간이 짧아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소형 가전과 냉방용품을 구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중순께 태풍 카누가 지나간 호남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제습기가 많이 팔렸다. 호남권의 전체 냉방기기 판매 비중은 10%대였지만 제습기 판매 비중은 17%로 서울(15%)보다 높았다. 설치형 에어컨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56%)이 경기권과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TV홈쇼핑은 한밤중에 속옷이나 화장품 대신 쿨매트나 선풍기를 팔고 있다. 밤에도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CJ홈쇼핑 관계자는 “새벽 2시에 쿨매트 방송을 해도 한 시간 동안 2000여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차가운 냉매가 들어 있는 쿨매트는 밤 10시대 방송에서는 평소 대비 10배 이상 많은 7000여 개가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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