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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환 청문회’도 못 여는 국회

중앙일보 2012.08.04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전기고문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김영환씨 문제가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온몸에서 살 타는 냄새가 났고 500군데 화상을 입었다는 김영환씨의 증언은 20년 된 한·중 수교사에서 유례없는 사건이다. 고문 자체가 반인륜적 범죄로 비난받아 마땅한 데다, 외국 정부에 의해 이런 만행이 저질러졌다는 데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남의 일인 양 딴청이다.



 새누리당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위원장 안홍준)를 열어 고문진실규명촉구결의안을 내는 시늉을 하다 흐지부지 꼬리를 내렸다. 민주당이 상임위 소집에 응하지 않는다는 군색한 이유를 댔지만 애초부터 정치쇼 이상의 진지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주진보진영의 맏형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전기고문 사건에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건 의외다. 독재정권의 고문과 인권유린에 목숨을 걸고 맞섰던 이해찬 대표는 왜 충격적인 고문사건에 침묵하는지 알 수 없다.



 기껏 국회의원들의 서클인 ‘인권포럼’이란 곳에서 어제 김영환씨를 초청해 얘기를 들었다. 취재진은 수십 명 몰렸지만 하태경·심윤조 등 의원들은 7명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 민망한 풍경에 김영환씨는 쓴웃음만 지었다.



 미국 의회는 지난봄 생방송 청문회를 열어 중국의 시각장애변호사 천광청(陣光誠)씨 문제를 다뤘다. 미국 의회가 인권유린을 인류보편의 가치 차원에서 접근한 결과 천 변호사는 자유의 햇빛을 보게 되었다. 인권이란 국경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임을 미국 의회는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당한 고문사건마저 다루지 못하고 있다. 중국엔 지금 한국인이 약 80만 명 거주하고 있고 이 중 625명이 구금돼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거주국이 한국이다. 김영환씨 고문사건에 한국 국회가 팔짱을 끼고 있으면 제2, 제3의 김영환이 안 나오리란 법도 없다. 방탄국회 시비 속에 8월 국회가 다시 소집된다. 여야는 ‘닥치고 집권’에만 쏟아붓는 관심을 일부 쪼개 최소한 김영환 청문회라도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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