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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의 저주인가 … 관람 경기마다 영국 져

중앙일보 2012.08.03 00:27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왼쪽) 영국 총리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런던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경기 프랑스 대 스페인전을 관람하고 있다. [런던 신화=연합뉴스]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단잠에 빠졌던 마이클 펠프스는 1일(현지시간) 아침 일어나 자신의 트위터를 확인하고 두 눈을 의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늦은 밤 펠프스의 19번째 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트윗을 직접 올린 것이다.

각국 정상 올림픽 장외대결



 “정말 축하해요. 당신은 조국을 자랑스럽게 해줬어요.-보(백악관 애관견 이름)” 펠프스는 곧바로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 미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라고 답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4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안 각국 정상도 무대 뒤에서 치열한 정치력 대결을 펼치고 있다.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국 선수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한 신경전도 팽팽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대선 준비에 바쁜 중에도 틈나는 대로 직접 자국 선수들을 격려해 사기를 높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도 드러내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펠프스와 여자 체조선수들의 단체전을 모두 지켜봤다”며 “선거운동을 위해 오하이오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전용 비행기) 안에서 직접 체조선수 전원과 통화하며 공로를 치하했다”고 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특유의 촌철살인 화법으로 특히 오랜 라이벌 국가인 영국의 기를 죽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대 스페인의 핸드볼 경기를 함께 관람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우리는 돈에는 관심 없어요. 금에만 관심이 있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프랑스가 금메달 네 개를 얻을 때까지 영국이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것과 재벌 개혁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 차를 교묘히 결합해 ‘한 방’ 날린 것이다.



 최근 프랑스가 소득세 인상을 발표했을 때 캐머런이 “영국으로 도피하는 프랑스인들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놓겠다”고 비꼰 데 대한 복수도 톡톡히 했다. “영국이 메달을 딸 프랑스 선수들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한 것.



특히 유로존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캐머런을 향해 “프랑스가 딴 메달을 ‘유럽 단지’에 넣어야겠다. 그래야 영국도 유럽 국가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기뻐할 테니”라고 말하면서 ‘한판승’은 올랑드에게 돌아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캐머런 총리와 함께 유도 경기를 보며 정상회담을 했다. 검은띠 유단자인 유도광 푸틴 대통령을 위한 캐머런 총리의 특별 배려였다. 특히 시리아 사태와 러시아 내 인권 상황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두 정상이 유도 경기장을 무대로 마주하는 것이라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푸틴은 회담에 앞서 “시리아 문제에 대해 러시아의 단호하고 일관된 입장을 알리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의 별명 ‘알파 독(힘센 수컷 우두머리)’을 언급하며 “힘을 과시한 것은 런던이지만 그 효과는 러시아 국내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정상이 이처럼 화려한 대결을 펼치며 ‘정치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인장’인 캐머런 총리는 큰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회 초반 그가 관람한 경기마다 영국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영국 매체들은 ‘캐머런의 저주’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그나마 영국 여성 조정 선수들이 첫 금메달을 따낸 1일 북아일랜드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위싱 체어에 있었던 것이 캐머런이 올림픽 기간 중 가장 잘한 일로 꼽히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직후 “내가 위싱 체어에서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비밀이지만 곧바로 좋은 소식을 접해 너무 행복했다”고 말해 자신이 빈 소원이 행운을 가져왔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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