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갓집 영국 축구 맛 좀 봅시다

중앙일보 2012.08.03 00:22 종합 15면 지면보기
영국의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왼쪽)이 2일(한국시간) 우루과이와의 남자 축구 조별리그에서 영국 국가를 부르고 있는 사이 주장인 라이언 긱스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카디프 AP=연합뉴스]
1차 목표인 8강 진출은 이뤘다. 그러나 눈앞에는 더 큰 산과 더 깊은 골짜기가 기다리고 있다. 사상 첫 메달의 꿈은 간절하지만 또 그만큼 힘겹다.


한국, 가봉과 비겨 조 2위 8강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남자축구 결선 토너먼트에 안착했다. 한국은 2일 새벽(한국시간)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가봉과의 B조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1승2무로 조별 리그를 마쳤다. 승점 5점을 올린 한국은 멕시코(2승1무·7점)에 이어 B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전 상대는 A조를 1위로 통과한 개최국 영국이다. 5일 새벽 3시30분에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토너먼트 첫 판부터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 영국은 월드컵·유럽선수권 등 메이저급 대회마다 각 지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별 대표팀을 따로 출전시키는 전통을 지켜 왔다. 하지만 이번엔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당시 ‘팀 GB(Great Britain)’로 4강에 그친 한을 64년 만에 풀자는 의미를 담았다. 엔트리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출신의 젊은 프리미어리거들로 꾸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미드필더 톰 클레벌리(23)를 비롯해 대니얼 스터리지(23·첼시), 애런 램지(22·아스널), 스콧 싱클레어(23·스완지시티) 등 주목받는 신성들이 즐비하다. 백전노장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39·맨유)를 비롯해 수비수 마이카 리처즈(24·맨체스터시티), 공격수 크레이그 벨라미(33·리버풀) 등이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팀 GB’는 영국 대표팀의 별칭이지만, 특별히 축구 단일팀의 대명사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 말 한마디가 빠짐없이 기사화된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웨일스 출신 선수들이 영국 국가를 소리 내어 부르지 않은 것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을 정도다. 영국 국가는 잉글랜드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Queen)’를 그대로 차용해 쓴다. 웨일스는 ‘내 아버지의 땅(Hen Wlad Fy Nhadau)’이라는 별도의 국가가 있다.



 영국 사람들은 ‘축구 종갓집’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다. 한국인이 태권도에 대해 느끼는 것 이상의 애정과 관심을 축구에 쏟아붓는다. 국가 제창 논란으로 인해 팀 GB의 웨일스 출신 선수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금메달에 대한 갈망은 다르지 않다. 홍명보팀이 상대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편파 판정을 포함한 홈 어드밴티지까지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팀 GB의 벽을 넘으면 4강에서 브라질-온두라스전 승자와 만난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힘든 일정이지만 선수들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주장 구자철은 가봉전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일체감’이다. 그것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홍명보(43) 감독 또한 “이번 대회 목표는 남은 모든 경기를 이기는 것”이라고 언급해 금메달에 대한 욕망을 당당히 드러냈다.



카디프=송지훈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