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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사재혁

중앙일보 2012.08.03 00:11 종합 16면 지면보기
사재혁이 2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역도 77㎏급 경기에서 인상 2차 시기 162㎏을 들려다 쓰러지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사재혁(27·강원도청)은 강원 홍천중 1학년 때 역도와 복싱을 두고 고민했다. “맞는 게 싫었죠. 그런데 때리는 것도 싫더라고요. 상대가 아파하는 것도 싫고.” 그의 어머니 김선이(50)씨는 “재혁이는 혼자 참아내는 성격이다. 그래서 부상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때리는 게 싫어 복싱 대신 역도
다섯 번의 수술 이기고 오른 무대
다시 부상으로 2연패 꿈 깨져

 ‘오뚝이 역사(力士)’ 사재혁은 런던에서도 혼자 고통을 참아내려 했다. 사재혁은 2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역도 77㎏급에서 인상 2차 시기 162㎏을 들기 위해 플랫폼에 올랐다. 역기를 머리 위에 든 순간,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렸다. 보통 몸의 균형이 무너졌을 경우 선수들은 역기를 놓아 버린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재혁은 견디려고 했다.



 “악” 비명 소리와 함께 쓰러진 사재혁이 오른팔을 부여잡았다. 그는 인상 3차 시기와 용상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박종영 대한역도연맹 회장은 “신체 균형이 흐트러졌는데도 바벨을 끝까지 붙잡고 있다가 부상을 당했다. 사재혁의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의지가 정말 강했다”고 말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얼굴. 사재혁의 런던 올림픽 마지막 모습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69㎏급에서 이배영이 왼다리 근육경련이 일어난 상태에서 용상을 시도하다 앞으로 넘어지면서도 바벨을 꼭 쥐었던, 그 안타까운 장면이 4년 만에 재현됐다.



 사재혁은 “나는 부상이 많은 선수다. 그러나 큰 무대에 서면 힘이 생긴다. 훈련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남자역도 77㎏급에서 인상 163㎏, 용상 203㎏, 합계 366㎏을 들어올리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인상 163㎏은 대회 직전까지도 훈련 때 실패를 거듭했던 무게였다. 세상이 놀랐다. 하지만 장미란(29·고양시청)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나보다 재혁이의 메달 가능성이 크다. 무대 체질이기 때문”이라고 예고했다.



 사재혁의 ‘무대 체질’은 인내로 완성됐다. 2001년 홍천고 1학년 때 사재혁은 오른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2003년에는 왼쪽 어깨 인대 및 힘줄 손상으로 3월 수술, 11월 재수술을 받았다. 2005년에는 오른 손목 골절로 다시 수술을 했다.



 재활을 마친 2005년 11월 사재혁은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69㎏급에서 주니어 신기록(324㎏)을 세웠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0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하지만 다시 부상 악령이 찾아왔다. 2010년 6월 오른 어깨 힘줄 손상으로 다섯 번째 수술을 받아야 했다. 런던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허리 통증을 느껴 3주를 또 쉬었다. 일주일의 짧고도 강렬한 훈련을 마친 뒤 사재혁은 “마음을 비우고 있지만,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이 체급에서는 뤼샤오쥔(중국)이 합계 379㎏으로 우승했다. 사재혁은 훈련 때 합계 380㎏을 들었다. 한국 역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의 영광을 향해 사재혁은 바벨을 꼭 쥐었다. 부상의 위험과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그는 바벨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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