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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베!" 룸살롱 덮치자 女접대부들 차분히…

중앙일보 2012.08.03 00:08 종합 18면 지면보기
논현동 A 룸살롱에서 입수한 접대부 명단.
2일 오전 0시30분 서울 강남구 역삼역 부근 N 호스트바 앞. 승합차에 탄 강남구청 단속요원 7명이 작전을 협의했다. 먼저 여성 단속요원 Y씨가 분위기 파악을 위해 호스트바에 염탐을 다녀왔다. “친구를 찾으러 왔다”며 호스트바를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온 Y씨는 상황을 보고했다.


[현장추적] 강남 퇴폐업소 단속 동행해보니 …
호스트바 덮치니 “떼제베 떴다” 망보던 직원 긴급 무전

 단속반원들이 빌딩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업소 측 주차요원은 급하게 무전기에 대고 속삭였다. “떼제베(단속반원을 가르치는 은어) 떴다. 떼제베 떴다.”



2일 오전 0시30분 서울 강남구 역삼역 부근 N 호스트바에 강남구청의 단속요원들이 진입하자 방 안에 있던 남성 접대부들이 복도로 나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유성운 기자]
 현행법상 호스트바 자체는 룸살롱과 마찬가지로 불법이 아니다. 따라서 단속반원이 주로 보는 것은 남성 접대부들이 웃통을 벗고 있는지 여부. 풍기문란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단속반이 도착했을 때는 60여 명의 ‘꽃미남’들은 상의를 완전히 갖춘 후였다. 기민한 주차요원들의 대응 때문이다. 단속이 시작되자 고객으로 온 20∼30대 여성들은 얼굴을 가리며 황급히 업소를 뛰어나갔다. 결국 N호스트바에 대한 단속은 유통기한이 지난 뱅어포·밀가루·멸치액젓 등 식품 몇 개를 찾아내 행정처분을 내린 것에 그쳤다.



 1일 밤과 2일 새벽 사이 실시된 강남구청의 불법·퇴폐업소 적발 현장에 본지 기자가 동행해 보니 단속에 맞서는 업소들의 대응은 치밀했다. 강남구청도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 팀장을 제외한 단속반원들에게 현장 도착 직전까지 대상 업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업소들은 주차요원들을 중심으로 신속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논현동 A 룸살롱은 업소 앞뿐 아니라 10m 떨어진 도로에 3~4명이 서성거리며 2중으로 망을 봤다.



 1일 밤 10시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S빌딩 지하 A 룸살롱. 단속팀이 들이닥쳤지만 접대부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접대부들은 모두 “친구들이랑 놀러 왔다”고 답했다. 일행을 만나러 가자고 하면 “취해서 어느 방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면 “집에 두고 왔다”고 둘러댔다. 매뉴얼이 있는 듯한 체계적인 대응에 단속팀원도 뒤로 물러섰다. 40분간 실랑이 끝에 결국 단속반원은 성매매 등 불법 퇴폐 영업을 적발하는 데는 실패했다. 무허가로 확장한 부분을 찾아내 행정처분을 하는 게 전부였다.



 강남구청은 신연희 구청장의 지시로 TF팀을 구성해 한 달 동안 69곳의 불법 영업소를 적발했다. 그러나 성매매 등 퇴폐행위는 현장 단속이 어려워 대개 업소의 무허가 불법 확장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등을 적발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 경우 15~30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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