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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나에겐 아름다운 여인

중앙일보 2012.08.03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제주도는 오름에 의지해 살아왔어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오름 곁에 살며 소도, 말도 방목하고. 한라산과 오름이 있어서 삶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주서 오름 사진전 여는
신상범 제주문화원 원장

 제주의 오름을 담은 사진전 ‘한오름’(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4일 개막)을 여는 신상범 제주문화원 원장(77·사진)의 말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65년 중앙일보 창간 때부터 93년까지 제주 주재기자로 일했다. “사진 기자가 따로 오기 힘드니까 제가 사진도 찍게 됐죠. 제주경관이 서울사람들에게는 참 새로울 때였어요. 제주도 사진이라면 신문에 큼직하게 나가곤 했지요.”



 그는 60년대 중반 제주카메라클럽 창립회원으로 참여해 한국예총 제주도지회장 등을 지냈다. 한편으로 70년대 초 제주자연보호회를 만들고 한국자연보전협회 제주지부장 등도 맡아 자연보호에 힘썼다.



 신 원장은 91년 오름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서울에서 열었다. 외지인에게는 제주도의 수백개 작은 화산을 일컫는 ‘오름’이라는 말부터가 낯설 때였다. “다니면서 보니 오름이 엄청 예쁜 거에요. 기후따라 광선따라 달라지는 모습이 볼수록 설레 사랑을 느낄 정도였죠. 한 30여 년 찍었어요.”



 이번 전시에는 그 중 55점을 골라 선보인다. 모두 흑백이다. “컬러가 벌거벗은 누드라면 흑백은 흰옷 입은 여인이죠. 그 속에 뭐가 있을까, 어떻게 생겼을까 호기심을 갖게 하죠.” 그는 오름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여인을 훔쳐보는 심경”으로 표현했다. “요즘 사람들은 오름을 몇 개 올랐다는 식으로 자랑하는데 오름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에요. 그 예쁜 오름을 계속 밟고 오르면 사람 등의 피부가 짓무르는 격이죠.” 특히 눈덮인 오름에 대해 “살아있는 무엇이 누워있는 것 같아 깜짝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제 사진 중에 오름 앞에 무덤들이 쫙 깔려있는 모습이 있어요. 사람도 죽으면 작은 무덤 하나가 되거든요. 무리진 무덤도, 제주도 전체도, 나아가 우주도 하나의 오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9월 6일~15일) 기간까지 이어진다. “ 제주도가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될 때 유네스코 위원들이 감탄한 게 있어요. 세계 다른 곳은 사람이 접근하지 못해 보존됐는데 제주도는 사람이 살면서 자연이 보존됐다는 겁니다. 사람과 자연의 공생, 이게 21세기 지구의 어젠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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