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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오심과 ‘티아라’

중앙일보 2012.08.03 00:00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올림픽과 ‘티아라’의 한 주였다. 유독 한국팀에 가혹했던 런던 올림픽 심판들의 오심(誤審)도 아이돌 그룹 티아라를 둘러싼 논란도 분통 터지긴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흔한 멤버 간의 갈등 정도로 보였던 티아라 문제가 팀의 지속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치닫게 된 건 소속사의 치명적인 ‘오심’ 때문 아니었나 싶다.



 일단 문제의 심각성을 오판했다. 어느 팀이건 멤버의 탈퇴와 교체는 팬들에게 가혹한 일. 하지만 이번처럼 사회적으로 분란을 일으킨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이번 사례가 청소년들에게 민감한 ‘왕따’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멤버들이 화영의 행동을 비난하는(것으로 보이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화영이 다른 멤버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촉발됐다. 직후 소속사 대표가 화영을 팀에서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겉으로 보기엔 왕따 피해자가 그룹에서 퇴출당하는 최악의 전개였다. 아이들은 여기서 사회의 부조리를 읽었다. “학교에서 왕따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해 전학시키는 경우와 똑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티아라의 미니앨범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 재킷.
 팬들은 진실을 요구한다고 하지만 진짜 원했던 건 ‘가식적일지라도 화목한 아이돌’이었을 것이다. 또래의, 비슷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모인 집단에서 시기와 갈등이 없을 수 없다는 걸 팬들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알지만 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다독이며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들의 노력과 성취에 자신의 희망을 투사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처럼 현실의 추악한 속살이 아이돌 그룹을 통해 드러날 때 아이돌의 아우라는 산산이 깨진다. 일본에서도 여성그룹 ‘모닝구 무스메’ ‘AKB48’ 멤버들 사이에 왕따 관련 소문이 계속 존재했지만 표면으로 드러난 적은 거의 없다. 멤버 간의 동료애가 팬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핵심 요소임을 기획사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티아라 소속사의 주장대로 화영의 퇴출 원인이 왕따 문제가 아닌 ‘톱스타병’에 걸려 스케줄을 펑크낸 화영에게 있다 해도 오심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왕따 논란이 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중대발표’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멤버들을 다독이고 원만하게(보이도록) 사태를 마무리할 수는 없었을까. 만약 티아라 멤버들이 ‘눈물의 대화합’을 보여줬다면 팬들은 “쇼 하는 거 아냐?” 하면서도 다시 그들을 응원했을 것이다. 티아라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렴한 매력’을 사랑했던 한 팬으로서 기획사의 대응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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