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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배움터지킴이’ 책임 핑퐁하는 교과부와 여성부

중앙일보 2012.08.03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윤석만
사회1부 기자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일하던 60대 남성이 초등생 9명을 55차례 성추행한 사건이 알려지자(7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지킴이가 되려 몹쓸짓을 저질러 교과부 학교안전정책에 흠이 가게 생겨서다. 다음날 교과부는 “전국 8000여 명의 지킴이는 2학기부터 의무적으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겠다”는 처방을 내놨다.



 하지만 교과부의 이런 민첩함은 하루 만에 직무유기를 덮기 위한 꼼수로 드러났다. 성폭력 대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1일 “교육기관에서 일정 비용을 받으며 일하는 지킴이는 원래부터 경력 조회 대상이었다”며 교과부를 반박하는 자료를 낸 것이다. 여성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44조)의 ‘성범죄자는 교육기관에 취업 또는 근로를 제공할 수 없고 교육기관의 장은 취업 중이거나 근로 중인 사람에 대해 성범죄 경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그 근거로 댔다. 2006년 전국에 도입돼 퇴직 교원·군인 등으로 구성된 지킴이는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들도 근로자로 볼 수 있어 경력조회가 당연하다는 게 여성부 주장이다.



 그러자 교과부가 발끈했다. 윤소영 학교폭력근절과장은 “지킴이는 근로자가 아닌 자원봉사자여서 원칙적으로 경력 조회 대상자로 볼 수 없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2학기부터 특별히 경력 조회를 실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성부가 잇따른 성폭력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교과부를 걸고 넘어지려 한다”고 비난했다.



 두 부처가 배움터지킴이 관리 소홀 책임을 놓고 ‘핑퐁’ 하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 특히 교과부는 지난해 말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터지자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올 초 담당 부서까지 만들었다. 그렇지만 일부 공무원은 기계적으로 일하는 인상이다. 전국 7000여 개 초·중·고에 8172명이 배치돼 있는 지킴이는 학교 순찰과 학생 지도를 하며 하루 8시간 학교에 머문다. 자질과 인성을 꼼꼼히 검증하고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 지킴이에겐 하루 4만원이 지급돼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 물론 자원봉사 성격이 있어 해석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강사 등 학교 구성원은 성범죄 경력 조회가 필수인 상황에서 지킴이만 예외로 한 것은 명백한 행정 잘못이다.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불똥이 튈까 봐 교과부에 화살을 돌리려는 여성부도 볼썽사납다. 중앙부처가 이 모양이니 전국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학교에 폭력예방 대책이 제대로 스며들리 있는가. 배움터지킴이를 놓고 ‘근로자다’ ‘자원봉사자다’ 신경전을 펼 시간에 두 부처가 만나 현장 중심형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윤석만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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