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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올림픽 ‘10-10’이 뭐길래

중앙일보 2012.08.03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금메달 10개, 종합 10위. ‘10-10’이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목표다. 한국은 1일 현재 금메달 6개를 따내며 종합 3위를 달리고 있다. 유례없이 무더운 여름 밤을 견뎌내야 하는 이들에게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올림픽은 큰 위안이다.



 북한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한 방송사 앵커가 입맛(?)을 다셨다. “한국과 북한 메달을 합하면….” 스포츠 강대국으로 부상한 통일 한국, 유쾌한 상상이다. 하지만 독일 통일 전후의 스포츠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 골드먼삭스의 최근 보고서 ‘2012 올림픽과 경제학’에 따르면 독일 통일 이전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동독은 192개, 서독은 67개의 금메달을 땄다. 통일 이후 독일은 과거 동·서독 시절의 스포츠 경쟁력을 유지했을까. 1992~2008년 통일 이후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독일은 159개의 금메달을 땄을 뿐이다. 통일 이전 동·서독 금메달을 합한 259개는 물론 동독의 금메달 수보다도 적다. 물론 80년대 이후 중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메달 따기 힘들어진 점이 있다. 게다가 올림픽은 팀보다 개인 경기가 많아 따로 참가해야 메달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통일 독일의 메달 경쟁력은 떨어졌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올림픽 성적은 예측 가능할까. 일단 뭐든지 숟가락부터 올리고 싶어하는 경제학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올림픽경제학(Olympionomics)’ 기사에서 최근 연구 흐름을 정리하면서 올림픽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구 ▶1인당 소득 ▶과거 메달 수를 꼽았다. 여기에 과거 공산권 국가 체육의 힘에서 나오는 ‘소비에트 효과’와 주최국 프리미엄을 더했다.



 골드먼삭스는 성장 환경을 중시했다. 경제가 메달을 결정한다는 거다. 역사를 보면 1인당 소득이 높을수록 메달이 많았다. 이런 식으로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이 금메달 37개로 1위, 중국은 33개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최국 이점을 누린 영국(30개)이 3위, 러시아(25개)와 호주(15개)가 각각 4, 5위였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성적과는 좀 괴리가 있다. 한국이 금메달 10개로 8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너끈히 ‘10-10’ 목표를 달성한다니 기분은 좋다.



 메달 순위를 보면서 문득 쓴웃음이 나왔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를 전기고문하고 이를 부인하는 나라, 인민의 배는 곯리면서 3대 세습하는 나라가 거기 있었다. 정치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스포츠 행사의 의미를 몰라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메달·순위 경쟁에 너무 힘 빼지 말자는 거다. 올림픽이 끝나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저녁 있는 삶’ ‘사람이 먼저다’ 같은 대선 주자의 슬로건이 다시 격돌할 것이다. 성장 담론은 보이지 않고 경제민주화 주장만 난무할 때 지난여름 올림픽의 추억을 떠올려 보자. 그래, 메달도 결국 경제였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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