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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중국, 날다. 그런데 우린 …

중앙일보 2012.08.03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양선희
논설위원




중국은 역시 ‘짱’이다. 요즘 미국과 유럽의 불황을 기화로 중국은 에너지·자원 강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중국의 에너지·자원 포식증은 유명했다. 언제 정권이 뒤집힐지 모르는 국가 리스크가 큰 아프리카에조차 융단폭격하듯 원조하며, 이 지역 에너지와 자원 싹쓸이 전략에 나섰었다. 그러다 이번엔 진짜 기회가 왔다. 미국과 유럽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국가리스크 없는 안정된 에너지 기업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날래게 돈을 풀어 이들을 사모으는 데 앞장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의 에너지개발 국영업체인 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캐나다 원유·가스 생산업체인 넥센을 151억 달러(17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수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들리는 소식은 이뿐이 아니다. 최근엔 중국석유화공이 캐나다 원유 생산업체인 탈리스만에너지의 북해유전사업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단다. 올 초엔 시노펙이 미국 데먼에너지의 셰일가스 지분 3분의 1을 24억 달러에 사들였고, 기존에 지분 확보한 메이저 광물회사 리오틴토 등을 비롯해 지금은 아예 팔을 걷고 나서서 대량 쇼핑 중이니 조만간 중국 앞마당엔 글로벌 자원 기업이 수북이 쌓일 거다.



 실제로 요즘 질 좋은 유럽과 미국 매물 중엔 기존의 반값 이하에 나오는 게 수두룩할 정도로 ‘해외 자원개발의 큰 장’이 섰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선진국 자원 기업은 아프리카나 남미의 그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제3세계 광산과 유전은 개발하려면 먼저 도로와 발전소 등 SOC 건설부터 해야 한다. 어느 날 반군이 정부를 전복하면 사업이 ‘도로아미타불’되기도 한다. 하지만 선진국은 기존의 사회인프라가 탄탄해 추가비용이 들지도 않고 국가 위험도 낮다. 자원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돈만 있으면 질 좋은 광산과 유전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장터에서 중국이 나 홀로 쇼핑을 하는 사이 그동안 해외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던 우리나라는 너무 조용하다. 우리나라 해외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한마디로 ‘올 스톱(All Stop)’이라고. 지금 우리나라 해외 자원개발 최전선은 무기를 내려놓고 후방만 쳐다본단다. 만사형통(萬事兄通) 형님께서 워낙 해외 자원개발한다고 동네방네 스피커폰을 틀어댄 터라 가뜩이나 미운 털이 박힌 데다 지금 그분도 안 계시니 무주공산(無主空山)에 덤벼드는 새로운 ‘호걸’들의 도전이 만만찮아서다.



 지난 5월엔 감사원이 광물공사를 덮쳐 광산을 비싸게 사고, 지분을 싸게 팔았다며 사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때부터 사령관(사장)이 무장해제되니 병(兵)들이야 손 놓을 수밖에. 한데 원래 자원개발에선 가격 놓고 따지면 답이 안 나온다. 정가도 없고 국제 경쟁이 치열해서 가격은 수시로 바뀐다. 3년 전쯤 호주 로즈베리 복합광산의 경우 사인만 남았다고 하더니 정작 사인은 중국이 한 경우도 있다. 중국 ‘웃돈 경쟁력’의 승리였다. 이 때문에 리베이트 같은 비리나 터무니없는 실책이 아니라면 가격은 경영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어서 감사원 결과를 놓고 ‘미운털 효과’가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 와중에 반년 남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한 자리 차지하려는 정권 주변 인사들이 업계를 덮치면서 결정타를 먹였다. 자원개발 최전선인 석유공사와 광물공사는 사장을 바꾼다는데, 거론되는 유력 후보들이 업계에선 ‘댁은 누구세요?’인 데다 그들이 누구 연줄을 타고 왔다는 소문으로 뒤숭숭하다.



 솔직히 해외 자원개발에서 이명박 정부는 한 일이 많다. 원래 이 사업에 본격 나선 게 노무현 정부 후반기였고, 이번 정부에서 가속도를 붙였다. 그 결과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2007년 4.2%에서 지난해 13.7%로, 광물자원은 같은 기간 18.5%에서 29%로 높아졌다. 그런데 업계 전체가 이렇게 정치바람에 흔들리고, 레임덕에서도 자유롭지 않으니…. 그 틈에 중국은 날고, 한국은 수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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