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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너무 비장한 대선 후보들 유머도 웃음도 안 보인다 ‘문화 대통령’은 꿈인가

중앙일보 2012.08.03 00:00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여야 정당의 대선 경선 후보들이 TV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든다. 다들 훌륭한 정책을 갖고 있다 치고 지켜봐도 그렇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얼 해주겠다’는 약속은 많아도 ‘국민들은 대신 이것을 해달라’는 요구가 없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여러 차례 대선을 거치면서 말의 성찬(盛饌)에 이골이 날 대로 난 유권자들이다. 아직도 쓴 약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것일까. 또 하나 없는 것이 유머와 여유다. 서로 날을 세우더라도 웃을 때는 웃어야 보는 이도 편해지고 믿음이 간다.



 방송토론은 상대가 있으니 가파른 말이 오갈 수밖에 없다 치자. 우리 풍토에서 유머를 잘못 구사했다간 자칫 실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위험도 있다. 그럼 후보들이 앞서 내놓은 출마선언문은 어떨까. 비장해야 할 출사표에 유머를 섞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래도 유머의 바탕이라 할 ‘문화’라는 단어조차 선언문에서 찾아보기 힘든 건 문제다. 박근혜 후보의 출마선언문에는 문화가 딱 한 번 등장한다. ‘문화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등 일자리 창출형 미래 산업을 적극 지원 육성하고’라는 문구에서다. 그냥 문화가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문화다. 김문수 후보의 선언문에는 문화란 말이 아예 없다. 문재인 후보는 그나마 ‘문화혁신을 통해 모든 국민의 창조성을 높이고’ ‘문화산업과 콘텐트산업 등 신산업을 크게 일으켜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손학규 후보는 ‘한국 문화산업의 재도약을 뒷받침’하겠다고 선언문에 밝혔다. 김두관 후보도 문화를 입에 올리긴 했는데 ‘이제 내전과 같은 정치문화는 종식되어야 한다’는 구절에서였으니 말을 안 한 거나 마찬가지다.



 문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해서 사람마저 비문화적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선순위에서 뒤처져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화를 떠올려도 산업정책의 종속변수로만 여긴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대선 주자들은 정부의 예술 지원 확대를 주창하는 미국 민간단체 AFTA(Americans for the Arts)가 근거자료에 바탕해 올해 발표한 ‘예술을 후원해야 할 10가지 이유’를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 ‘문화예술은 그 자체가 산업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 관광산업의 초석이자 창조산업의 엔진이며 21세기형 인력을 창출한다. 학생의 수능성적과 학교성적을 향상시키고 건강과 웰빙 효과를 준다. 나아가 사회적 결속력을 높이고 인간성을 고양시켜 진정한 번영으로 이끈다’.



 대선 주자들의 인식이 빈약하니 선거 때마다 문화정책·문화인들은 들러리 신세다. 그나마 특정 후보에 줄을 서 개인적 영달을 꾀하는 문화인들이 아직은 눈에 덜 띄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여야 후보가 정해져 치열한 본선이 시작되면 그마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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