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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권 문제다” … 고문 공동조사 거부

중앙일보 2012.08.02 00:42 종합 3면 지면보기
중국 정부가 김영환씨 고문 사건에 대한 우리 측 진상조사 요구는 물론 일각에서 제기된 한·중 양국의 공동조사도 거부했다. 주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주한 중국대사관 고위 관계자

 주한 중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문 진상조사에 대해 “주권에 관계된 문제”라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의 성의 있는 조사를 요청한 상태이지만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양국의 교섭 채널은 외교당국인 데 비해 실제 고문을 저지른 곳은 막강한 권력기관인 국가안전부(우리의 국가정보원)와 공안(경찰)의 지방조직이다. 우리 정부가 상대하고 있는 중국 외교부의 말발이 이들에게 제대로 먹힐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씨가 직접 중국의 고문 가해자를 찾아가 대질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씨는 몇 차례 인터뷰에서 “고문 가해자 3명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다”며 고문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강제 추방된 김씨는 약 5년간 중국 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김씨의 말처럼 고문 가해자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민·형사 소송을 낼 수는 있겠지만, 중국 법원의 수준을 감안하면 김씨에게 유리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결국 전기고문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중국 공안 출신 조선족 이규호(41)씨는 이날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중국에서 전기고문을 당했다는 김영환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국 공안은 자국민·한국인 가릴 것 없이 구타와 고문을 가한다”며 “공안은 할당된 건수를 채우는 임무완성제가 있어 상여금·승진 등 혜택을 노리고 고문에 집착한다”고 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중국 선양(瀋陽)에서 공산당 경찰로 활동한 그 스스로도 고문을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96년 야간 검문 중 식당에서 조선인으로 보이는 이를 잡아 몽둥이로 때리는 등 고문을 가해 탈북자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또 “살인·마약을 다루는 강력계에서는 전기고문까지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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