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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춤 추는 고두심 멋진데, 연기하는 고두심은 …

중앙일보 2012.08.02 00:00 종합 25면 지면보기
관록의 고두심(앞)과 신예 지현준이 함께한 연극 ‘댄스레슨’에는 다이내믹한 커플 댄스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공존한다. [사진 CJ E&M]
춤 바람 난 고두심. 구미가 당길 만한 홍보 문구다. 그래서 보러 갔다. 고두심(61)씨의 춤 실력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다.


연극 ‘댄스 레슨’

 연극 ‘댄스 레슨’은 60대 노부인과 30대 남자 춤 선생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남자가 춤 가르치러 여자 집에 매주 한번씩 찾아간다.



이상한 상상 하지 마시길. 불륜, 뭐 이런 거 없다. 남자가 동성애자다.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는 얘기다. 아찔한 사랑보다 애틋한 우정이 작품의 골격이다.



 둘은 확연히 다르다. 여자가 휴양지 해변의 근사한 아파트에서 사는 상류층인 데 반해 남자는 하루 벌어먹기 버겁다.



툭하면 거짓말을 하고, 싸구려 말을 거침없이 날리는 남자를 우아한 여자가 곱게 볼 리 없다. 반면 남자는 괜히 허세부리는 듯한 여자가 눈꼴사납다. 계급도, 취향도 다른 둘이 삐걱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싸우다 정 드는 법. 둘은 자신의 아픔을 하나 둘 풀어놓으며 끈끈함을 이어간다. 막판엔 코끝 찡한 대목도 있다.



 커플 댄스는 종합선물세트다. 스윙으로 출발해 끈적한 탱고로 분위기를 잡은 뒤 낭만적인 왈츠를 거쳐 익살스런 차차차로 방점을 찍는다.



소개되는 춤은 모두 여섯 가지. 몸을 움직인다는 게, 흥이 있다는 게 일상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춤 연습에 꽤 오랜 시간 투자했음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적지 않다. 우선 흐름이 단조롭다.



연극은 총 7장으로 구성됐는데, 남자가 아파트로 찾아가고, 티격태격하고, 서로의 얘기를 주고 받고, 춤으로 마무리 짓는, 엇비슷한 패턴의 연속이다. 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건 고씨의 연기다. 우리가 익히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존재감이 실종됐다. 그냥 ‘연기를 하고 있네’라는 느낌을 줄 뿐, 극 중 인물로 빨려 들어가질 못한 채 겉돌았다. 새삼 영상 연기와 무대 연기가 얼마나 다른 영역인지 곱씹게 해주었다.



 오히려 물 만난 듯 무대를 활보한 건, 고씨의 상대 배역인 신인 지현준씨였다. 능청스런 게이 연기와 미끈한 춤 솜씨로 중년 여성팬의 지지를 받았다. 엉덩이를 뒤로 쑥 뺄 때의 뒤태는 꽤 섹시했다.



 ▶연극 ‘댄스레슨’=9월 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7만·5만원. 1588-0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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