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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대기업 잘못 고치는 경제민주화 국민 눈높이로 보면 어렵지 않다

중앙일보 2012.07.31 04:04 11면
여야 유력 대선 캠프에서 연일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은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여당에서조차 “선대위원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에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으니 국민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은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방안은 재벌개혁부터 출발해야 하고, 그 핵심이 순환출자 금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재벌의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대기업 주주의 사익추구 규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결국 재벌을 개혁하든 통제하든 재벌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겠다는 것인데 여당은 야당에게 실현 가능하지 않다 하고, 야당은 여당에게 모호한 재벌정책이라 공격하고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난해한 개념이다.



10대 그룹 계열사 수가 2008년 434개였던 것이 2011년 649개로 늘어났다. 자산총액도 564조원에서 886조원으로 56.9% 증가했다. 총수가 있는 100대 기업 자산이 정부 보유 자산의 95%에 이를 만큼 재벌이 거대한 부를 쌓았는데 이 과정에서 법과 원칙대로 상속세를 냈는지 불공정 내부거래는 없었는지 국민은 알고 있다. 부모 덕분에 외국에서 편하게 공부하고 돌아온 재벌 3세가 자본과 시장 장악력을 무기로 프랜차이즈, 동네 빵집, 떡볶이 등 중소기업 업종에 무차별로 침투해 한탕주의로 큰 돈을 쉽게 벌겠다고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저건 반칙이라고 생각했다. 대기업이 이익을 위해서라면 하청업자를 상대로 납품 단가를 후려쳐도, 중소기업의 기술을 착취해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꼼짝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정치권에서 소리 높여 외치는 경제민주화가 결코 어려운 개념이 아닐 수 있다. 재벌의 편법 상속, 부당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 영역 침투 등을 국민은 다 알고 있었는데 왜 국가 권력만 몰랐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선을 틈타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어려운 용어와 개념으로 만들어서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가지고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국회의원의 회기 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 놓고 여당 의원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국회의원이 왜 특권을 받아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물며 검찰권 남용을 우려한 부결이 정치인 스스로 한 약속에 우선하는지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여당 유력 후보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30초당 한 번 꼴로 79번 사용했단다. 그 만큼 국민과 국민 행복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고 선언했다면 국민의 눈높이가 경제민주화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은 경제민주화가 학술적으로 맞는 용어인가,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더욱이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도 등 전문용어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이 알고 있는 것은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고, 경제민주화 없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재벌개혁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경제민주화는 모를 수밖에 없는 어려운 개념이다.



천안NGO센터 김성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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