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정 번복 딛고 동메달 딴 뒤 눈물
뒤늦은 할머니 별세 소식에 또 눈물
심판 3명, 다음날 경기서 배제
에비누마 “8강전, 사실은 내가 졌다”
조준호는 판정 번복이라는 충격 속에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수고이 우리아르테(스페인)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심판 판정 끝에 이긴 뒤 무릎을 꿇고 포효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많은 의미를 담은 남자의 눈물이었다.
조준호는 8강전 도중 업어치기 기술을 시도하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다. 고통이 심해 입을 열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너무 아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경기장 안에서도 감독님 지시만 그대로 따라 했다”고 했다.
상대 도복을 잡기 위해 오른팔을 뻗을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절친한 선배 최민호(32)를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 조준호는 지난 5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최민호에게 졌지만 세계랭킹이 높다는 점을 인정받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다. 최민호는 조준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내 모든 걸 흡수해서 런던에 가라”고 충고했다. 조준호는 “민호 형 몫까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미안하다. 런던에 오기 직전까지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민호 이야기에 밝게 웃던 조준호는 가족 이야기를 듣고서 또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취재진의 말에 “몰랐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부모님이 말을 안 해 주신 것 같다”며 다시 울먹였다.
판정 번복 사태 후폭풍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8강전 당시 판정을 했던 세 심판은 30일 열린 73㎏급 경기 배정에서 제외돼 대기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배정 제외는 심판들에게는 징계나 마찬가지다. IJF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에비누마조차 30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사실은 준준결승에서 졌는데 관객들이 밀어줘 살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도 ‘판정 결과는 옳았지만 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논조다.
하지만 조준호는 이에 대해 “천국에서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면서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승복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