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 동인 합동시집 『고래』 출간
‘70년대’는 애초 강은교·김형영·박건한·윤후명·임정남 다섯 시인으로 결성됐다. 창간호를 낸 후 정희성·석지현 시인이 합류했다. 이들은 20대의 혈기로 해외 대학의 도서관에 동인지를 배포하고 선배 문인들과 교류하는 등 야심차게 활동했다. 윤 시인은 “당시 ‘현대시’ ‘60년대 사화집’ ‘시단’ 같은 영향력 있는 동인지들이 포진하고 있는 풍토에서 일종의 반기를 든 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70년대’는 유신의 장벽으로 73년 6월 해체됐다.
각자의 자리에서 시를 쓰다가 1년 전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한 이들은 ‘70년대’를 부활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이름이었다. 이들은 ‘고래’를 떠올렸다. 임정남 시인이 69년 첫 결성 때 냈던 아이디어였다.
윤 시인은 “고래는 쫓아가야 할 그 무엇인데, 70년대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평범한 ‘70년대’로 정했다. 돌이켜보면 왜 ‘고래’로 하지 않고 한시적인 연대인 ‘70년대’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 시인은 “새롭게 전진하는 우리들에게 고래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요새 개그맨이 ‘고~뢔’라고도 하지 않나”라며 웃었다.
『고래』에는 다섯 시인 각각의 자선대표작 5편과 신작시 10편이 실렸다. 이미 고인이 된 임정남 시인과 오랫동안 시를 쓰지 않은 박건한 활판공방 주간은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