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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 뺏기면 치명상 … 정부·시민군 모두 결사항전

중앙일보 2012.07.31 00:35 종합 14면 지면보기
29일(현지시간) 시리아 탈출 주민을 태운 차량들이 국경 너머 요르단 북부 마프라크 시에 마련된 난민 수용소에 도착하고 있다. [마프라크 로이터=뉴시스]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 시민군과 정부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양쪽 모두 경제 중심지인 알레포에서만은 밀릴 수 없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로 임하고 있어 ‘피의 전투’는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 이틀 사이 알레포에서만 2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인구 250만 명, 상업·군사 요충지
정부군 돈줄 쥔 상공인들 많은 곳
시민군도 거점 확보하려 총력전
이틀 새 시민 20여만 명 국외 탈출



 양쪽 진영이 이처럼 알레포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이 전략적 요충지로서 갖는 의미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진 알레포가 역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 전 2000년대 후반쯤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굴된 설형문자 석판에도 이 지역이 갖는 상업적·군사적 중요성이 기록돼 있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의 종착점이었으며, 수백 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3대 도시 가운데 하나로 번성해왔다.



 수에즈 운하 개통 등 교통수단 발달 등으로 서서히 명성이 쇠퇴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리아의 제조업 종사 인구 절반 이상이 알레포에서 일하는 등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알레포가 시리아의 최다 인구 보유 도시로, 현재 250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알레포의 북부 구시가지 일대는 1986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런 알레포를 시민군이 차지하는 것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치명상이다. 알아사드의 통치 아래 경제적 이득을 취했던 이 지역 상공인 계층이 바로 그의 든든한 지지기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넘어가면 말 그대로 돈줄이 막히는 셈이다. 또 북부지역에서 나는 농산물 등 모든 물자의 공급선이 막힌다. 시리아의 주요 국제공항, 공군 기지 등도 알레포에 자리잡고 있다.



 변변한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군으로서도 알레포 장악이 급선무다. 현재 반정부세력의 중심지는 국외인 터키나 중서부 도시 홈스 등 지방 소도시 몇 곳이 전부다. 새로운 거점을 확보한다면 리비아 시민군이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세를 확장,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물리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마스쿠스 공격과 요인 암살이 상징적 의미의 승리였다면, 이제 알레포를 장악해 실리를 취하자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란을 방문한 알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에서 패퇴한 적들이 알레포로 이동했지만, 이곳에서도 음모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민군은 지난 15일부터 다마스쿠스에서 전면적 공격을 시작했으며, 폭탄 공격으로 알아사드 대통령의 군·정보조직 수뇌부 4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어 다마스쿠스에서의 ‘전략적 후퇴’를 선언한 뒤 20일부터는 알레포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정부군은 주말인 28일부터 무장 헬기와 탱크를 동원해 알레포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자유시리아군(FSA)은 “우리가 정부군에 큰 피해를 입혔고, 모든 공격에 대비해 도시 곳곳에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 역시 “알레포 남서부 지역인 살라헤딘에서 집중적인 교전이 벌어졌다”며 “엄청난 충돌이 있었지만, 시민군이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인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시리아군의 민간인 공격에 대해 “이는 궁극적으로 알아사드가 자신의 관에 못을 박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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