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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주며 "가만있어봐"…7살 성추행한 60대

중앙일보 2012.07.31 00:29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19일 오전 10시30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A양(7)은 학교 배움터 지킴이 김모(66)씨 손에 이끌려 운동장 구석진 벤치로 갔다. 평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로 여긴 A양은 별다른 의심 없이 따라갔다. 김씨는 과자 값 1000원을 건네며 “가만히 있어 봐”라고 한 뒤 신체 일부를 만졌다.


초등생 9명 55차례 성추행 혐의
외진 벤치·창고·숙직실 데려가
1000원 주며 “가만 있어봐…”
2년 전부터 지킴이로 근무

 A양이 김씨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은 김씨한테 받은 돈 1000원 때문에 밝혀졌다. 주지도 않은 돈을 갖고 있던 딸에게 부모가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고, 딸은 “할아버지가 줬다”고 대답했다. “뭣 때문에 돈을 받았느냐”고 다시 묻자 “몸을 만졌어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문을 토대로 수사에 나선 경남 진해경찰서는 과자 값을 건네며 상습적으로 초등학생들의 몸을 만진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이런 방법으로 이 학교 1∼4학년 여학생 9명에게 모두 55차례나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범행은 A양 자매에게 52차례나 집중됐다. 김씨는 지난해 입학한 A양 언니(8·2학년)가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모래장난을 하는 것을 보고 먼지를 털어준다며 몸을 만지다가 거부반응이 없자 추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씨는 범행 대상자를 넓혀갔다. 한번 몸을 만지면 500∼1000원의 과자 값을 건넸다. 김씨는 경찰에서 A양 자매 2명의 성추행 사실만 시인했다. 학교 측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23일 김씨를 해고했다.



 해군에서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다 1999년 원사로 퇴역한 김씨는 아파트 관리사 등으로 일하다 2009년부터 이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해 왔다. 그는 월 80만원을 받고 매일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4까지 등·하굣길 교통정리와 숙직실에서 교내 폐쇄회로(CC)TV 모니터 등을 보며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해왔다.



 김씨의 채용은 경남도교육청이 주관했다. 김씨는 성범죄 등 전과도 없어 채용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김씨의 성추행 장소는 운동장 구석진 벤치나 창고 안, 숙직실 등 자신의 근무영역이었다. 성추행범이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성추행했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평소 교내 정리정돈까지 도맡는 등 성실한 사람이었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학부모 강모(39)씨는 “학교 지킴이까지 성추행범이라면 어떻게 학교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느냐.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창원=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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