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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화 이끄는 힘인가, 고도의 홍보 전략인가

중앙선데이 2012.07.29 05:38 281호 14면 지면보기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가 최근 두드러진다. ‘소셜(social)’과 ‘엔터테이너(entertainer)’가 합쳐진 이른바 ‘소셜테이너’라는 이름이 생긴 지도 꽤 된다. ‘연예인=신비주의’가 불문율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유지태의 시위 참여처럼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에 거침없이 발언하고 행동한다. 유지태는 평소 아프리카 봉사활동 등을 꾸준히 해왔으며 “사회복지사가 꿈”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유기견 입양을 권하기도 했다.가수 이효리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초부터 유기견 보호와 채식주의 운동에 열성적이다. 햄과 달걀을 뺀 일명 ‘속 없는 김밥’을 먹고 고가의 가죽 명품백 대신 면으로 만든 친환경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갖고 있던 모피도 전부 팔았다. 패션과 유행을 선도했던 기존의 섹시스타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아내인 배우 정혜영과 함께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션은 아예 사회사업가로 전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게릭병 환자 돕기 모금 등을 해오던 그는 최근 들어 장애아동 재활병원 건립기금을 마련하는 프로젝트 ‘만원의 기적’을 진행 중이다. 하루에 1만원씩 1년에 365만원을 내는 1만 명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효리·김장훈·유지태  소셜테이너의 확장

드라마 ‘자이언트’ 등에 출연했던 배우 박진희는 환경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재단 홍보대사로서 아시아 태양광 전등 지원 캠페인 등을 했고 환경영화제를 알리는 역할인 에코프렌즈도 수년째 해오고 있다. 핸드백 속에 젓가락과 수저 세트를 넣고 다니고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등 일상 속에서 하는 실천도 꽤 알려져 있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할 때 성적우수상을 받을 만큼 전문성을 쌓는 노력도 기울였다.
 
박원순 시장 “휴가 때 이효리 책 읽겠다”
소셜테이너들의 책 출간이 활발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과거 연예인들이 낸 책은 대개 성공담이거나 패션·메이크업·다이어트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됐다. 요즘의 소셜테이너들은 책으로 사회에 발언한다. 이효리는 올해 5월 자신이 키우는 유기견을 소재로 쓴 동물복지 에세이 '가까이'를 냈다. 두 달 만에 3만 부 넘게 팔렸다. 박원순 시장이 최근 “하반기 서울시 조직개편 때 동물복지 관련 부서를 신설하려고 한다. 여름휴가 때 이 책을 읽겠다”고 소개하는 등 호응이 크다. 배우 공효진은 2010년 환경 에세이 '공책'을 냈는데 지금까지 4만 부가량 나갔다. 그는 이 책에서 샤워젤을 쓰지 않고 물샤워 하기, 한 번 쓴 지퍼백 재활용하기,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 뽑아두기 등을 실천하며 환경보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이효리와 공효진의 책을 기획한 북하우스 김수진씨는 “두 사람 다 본인의 영향력을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좋은 방향으로 쓰고 싶어했고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공부를 한 흔적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는 대중적인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배우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인체조직 사후기증 서약을 한 게 좋은 예다. 인체조직 사후기증은 장기기증과 달리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기증률이 낮았다. 그런데 이들이 서약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엔 보름도 안 돼 기증희망자가 급증했다. 탈북자 북송 문제도 배우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이 북송 반대 콘서트를 주도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사회적 의제가 스타 때문에 더 조명을 받고 스타는 그로 인해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진다. 일종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소셜테이너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연예인과 관련한 인식 변화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과거 스타와 팬의 관계가 선망을 바탕으로 한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것이었다면 이젠 스타를 사회의 일원으로 보는 수평적 관계가 됐다. 스타에게도 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기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나눔과 배려를 갈수록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이를 거든다. 고려대 현택수(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에 글로벌 스탠더드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가 요구되는 것처럼 연예인에게도 현실 인식과 더불어 공공의 가치에 대한 요청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스타도 소통 능력 요구 받는 시대
아직은 일부지만 스타의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영역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사회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론 사회적 지위가 더 높아지는 효과가 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정치의 영역으로만 협소하게 생각했던 이슈를 확장시켜 다원주의 사회로 가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성균관대 한은경(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자기 소신과 철학을 살려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봤다.

활발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스타들이 ‘소셜’해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배우 김여진, 개그맨 김제동, 개그우먼 김미화 등 지난해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 파업,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직격 발언으로 급부상한 소셜테이너들은 대개 트위터로 대중과 만났다. 이효리나 유지태 등도 트위터에서 자신의 의견을 활발하게 알린다.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SNS 연구자인 서울대 장덕진(사회학과) 교수는 “미래에는 스타의 덕목으로 외모나 자질 외에도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 능력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대중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다보니 소셜테이너들의 활동은 탄력을 받아 다시 활발해진다.

물론 소셜테이너가 늘어나는 데 대해 “고도의 계산된 홍보전략”이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사회 참여나 기부 등의 자선 행위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연예인으로서의 몸값을 올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업(연기나 노래)’에선 두드러진 활동이 없는데도 ‘부업(사회 참여나 자선활동)’ 때문에 지명도가 높아진다거나 CF 계약이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지지하는 식으로 정치색을 띠는 것에는 아직 논란이 많다. 명지대 신율(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감성에 호소하는 직업인 연예인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개입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함으로써 정치의 감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문화평론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미국은 연예인들이 지지 정당을 드러내도 별 시비가 없다. 성숙한 사회라면 연예인이 정치적 입장을 밝혀도 불이익이나 비난을 받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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