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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스타일' 이던 안철수, 2:8 가르마하고…

온라인 중앙일보 2012.07.29 01:18


#1. 새누리당 대선 주자의 부산·울산 합동연설회가 열린 2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단상에 선 박근혜 예비후보는 붉은색 상의와 회색 바지를 입었다. 그가 요즘 자주 입는 ‘붉은색 전투복’이다. 당내 대선 후보가 되고 결승전에서도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2월 대선 유력 주자 빅3의 패션 전쟁



#2. 같은 날 대전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 단상에 오른 문재인 상임고문의 동그란 안경테가 반짝였다. 원래 쓰던 각진 반무테 안경에서 지난 6월 새로 바꾼 안경이다. 역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3. 지난 23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파스텔톤의 체크 셔츠와 하늘색 재킷을 입었다. 2:8 가르마에 살짝 내려온 앞머리가 그의 이마를 가렸다. 자유로움과 지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는 스타일이다.



정치인에게 패션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자 무기다. 대중의 호감도는 의상에서 판가름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채금석 숙명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예전엔 옷 잘 입는 정치인에 대해 ‘일은 안 하고 멋만 부린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대선이 본격화하면 ‘패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 나선 김대중 당시 후보는 나이가 많다는 단점을 젊은 감각의 패션으로 극복했단 평가를 받았다.

대선 유력 주자들의 패션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의 공식이 있다.



평소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즐겨 입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중요한 시점엔 ‘전투복 차림’으로 바뀐다. 단정한 올림머리에 바지 정장 차림이다. 상의는 당의 공식 색상인 붉은색 또는 흰색을 선호한다. 올 초부턴 특히 이런 전투복 차림이 잦다. 부산·울산 합동연설회 때의 차림이 전형적이다. 박 후보 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은 “박 후보 패션엔 평소 신념이 녹아 있다”며 “단정한 올림머리는 일관성, 흰색은 깨끗함, 붉은색은 열정과 당(黨)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5년 전인 2007년 1월엔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올림머리 스타일을 단발머리로 바꾼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평소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자 5개월 만에 올림머리로 되돌렸다. 현재 박 후보는 의상 코디네이터가 따로 없다. 머리나 화장은 스스로 한다. 옷은 캠프 사람들과 상의해서 선택한다.



패션 전문가들이 ‘타고난 풍채’라고 평가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주로 짙은 색 슈트에 흰색 셔츠를 입는다. 딱딱한 샐러리맨 풍이다. 대신 때와 장소에 맞춰 안경테가 바뀐다. 전형적인 금속테의 ‘영감님 안경’만 쓰던 대통령 비서실장 때로부터 진화했다. 지난달 8일 경희대를 찾아 ‘광장 토크’를 했을 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갈색 뿔테 안경을 썼다. 한 달 뒤엔 스포티한 느낌의 검정 금속 뿔테 안경을 쓰고 경기도 고양의 원더스 야구단을 찾았다. 연설회가 잦은 최근엔 지난 6월 중순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가서 고른 동그란 검정색 반무테 안경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부각시킨다. 문 고문의 ‘안경’은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대조된다. 당시 이 전 총재의 보좌진은 그의 이미지가 너무 차가워 보여 무테 안경을 동그란 뿔테 안경으로 바꿔 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내 이미지인데 왜 바꾸라고 하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문 고문 측은 “안경이 소통의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캠프엔 패션에 대해 조언해 주는 자원봉사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캠프 관계자는 “문 고문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꽃중년 로버트 레드포드’”라고 전했다.



안철수 원장의 스타일은 학자 또는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이다. CEO 시절엔 지금보다 더 짧은 머리에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회사원’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주로 노타이 차림이고, 흰색 셔츠는 피한다. 체크무늬나 블루 계열 셔츠를 선호하는데 큰 백팩을 매기도 한다. 앞머리가 이마를 살짝 덮는 2:8 가르마는 그의 젊고 자유로운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안 원장의 스타일엔 참신함과 탈권위주의적인 이미지가 공존한다”며 “이런 점이 대중에게 신선함과 동시에 친밀감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유력 대선 주자들 중 가장 정치적 뜻이 담긴 ‘패션 정치’를 보여주는 사람이 박근혜 후보라고 꼽는다. 일관된 스타일로 신뢰를 주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정지아 이미지 컨설턴트는 “일관성이 장점이긴 하지만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다소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선 부드럽고 신사적인 모습이 호감을 주지만 안경테를 제외하면 의상에 카리스마가 약하다고 평한다. 우영미 패션 디자이너는 “수더분한 모습은 좋은데 지금의 평범한 의상에서 좀 더 슬림하고 트렌디한 의상으로 바꾼다면 카리스마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은 현재의 이미지를 유지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자유롭고 탈권위적인 이미지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정연아 이미지 컨설턴트는 “안 원장은 지금처럼 소탈한 인상을 계속 지켜내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영미 패션 디자이너는 “옷이 전체적으로 촌스럽다. 좀 더 단정하고 센스 있게 입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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