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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변화 활용할 ‘임기말 지혜’ 아쉽다

중앙선데이 2012.07.29 00:56 281호 2면 지면보기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파격 행보가 연일 주목을 받는다. 부인 이설주의 팔짱을 끼며 걷고,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과시하고, 심지어 놀이기구를 타고 즐거워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해온 북한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경애하고 위대하기만 했던’ 최고 권력자의 상(像)과 사뭇 다르다.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6일 모란봉악단의 시범 공연에 담긴 메시지도 주목한다. 한쪽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와 짧은 치마 차림의 여성들이 출연했다. 종전엔 자본주의의 찌꺼기라 했던 것들이다. 게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영화 ‘록키’의 주제곡 ‘Gonna Fly Now’도 연주됐다. 김정은은 이 공연을 관람한 뒤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라”고 말했다.

김정은 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파격 드라마의 의도가 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변화의 신호’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들은 북한의 우선적 관심이 군사에서 경제로 이동했다고 주장한다.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의 해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중국·러시아 전문가의 분석도 경청할 만하다.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의 미하일 트레차코프 소장은 김정은의 파격 행보가 공개되기 전인 7월 초 “북한이 곧 경제 우선주의로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시위(楊希雨) 전 6자회담 중국 부대표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정치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에 개혁·개방의 꿈틀거림이 있으며 관련된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북한이 변화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대북 정보를 모으고 분석이 끝날 때까지 관망할 것인지, 아니면 답답한 대치상태를 깨뜨릴 제스처를 보낼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 냉각의 원인 제공자가 남측이 아니라 북측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부터 시작해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같은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 정세는 모처럼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 내부에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12월 대선 출마를 표명한 여야 예비주자들이 대부분 “대화와 교류를 통해 남북 관계를 풀겠다”고 말한다. 바깥에선 태평양시대를 겨냥해 중국·러시아가 힘차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도 북한의 조그만 변화라도 잘 활용해 한반도의 평화·번영에 활용할 지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임기 말에 할 일이 적지 않다. 차기 정부 출범 즉시 남북 관계가 전향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중 첫째는 대선 개입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준의 적절한 남북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 남은 7개월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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