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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크기 첨단 라인… SK ‘반도체 왕국’ 꿈꾼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2.07.29 00:30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지난 2월 SK하이닉스의 충북 청주 3공장에서 방진복을 입고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SK]



새 단장한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을 가다

‘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 세계 반도체 시장이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련 끝에 3강 체제(D램 기준)로 재편됐다. 한국의 삼성전자(시장점유율 42.2%)와 SK하이닉스(23%), 미국 마이크론(11.6%)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그간 어느 한쪽의 양보 없이는 파국이 불가피한 ‘치킨 게임’을 벌였다.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2위 자리를 놓고 무한 생존경쟁이 재연될 판이다.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13.1%)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자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첨단 생산라인 신설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말 새 단장을 한 청주공장은 다음 달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낭보를 전했다. 4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이달 1일엔 지주회사(holding company) 출범 5주년을 맞은 SK가 반도체를 신성장 사업으로 선언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수시로 청주공장을 찾아 반도체 왕국의 꿈을 키운다. SK가 삼성과 더불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대한민국 천하’ 신화를 만들어낼까. 그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청주공장을 25일 찾아갔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에 자리 잡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단지. 이달 초 첨단 시설로 깔끔하게 단장한 3공장 건물에는 빨간색 행복 날개가 그려진 SK 로고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김종태 기업문화실 수석은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 이후 11년간 주인 없는 시절을 겪었다”며 “2월 SK 품으로 들어간 뒤 임직원들이 자신감을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과 SK의 화끈한 성원으로 3공장의 첨단 생산라인 신설과 가동도 당초 예상 1년보다 짧은 8개월 만에 이뤄졌다. SK하이닉스의 모태는 1983년 출범한 현대전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의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정책으로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다. 반도체 경기가 급랭하던 2001년 현대전자는 경영난 끝에 채권단 공동관리로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회사명을 하이닉스로 바꿨다.



첨단 복층라인·혼용생산 체제 갖춰

10만여㎡(3만여 평) 부지에 아파트 15층 높이로 지어진 3공장. 이곳에 최근 축구장 두 개 면적에 최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춘 M12라인을 새로 구축했다. M12엔 두 가지 신기술이 들어갔다. 우선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진동에도 민감해 단층구조인데 이곳은 드물게 복층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1~3층은 기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M11라인이다. 그 위 4~6층에 M12를 세웠다. 제한된 부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층 라인이라는 첨단기술을 동원한 것이다. 또 M12는 메모리 양대 제품인 낸드플래시와 D램을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두 제품의 생산량을 조절한다. 임성빈 M12그룹 상무는 “스마트폰·게임기에 쓰이는 낸드플래시를 주로 생산하지만 연말 PC 수요가 늘면 D램 생산으로 라인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설계에서 완제품까지 종합반도체 회사로

이날 M12 현장에서는 90여 명의 엔지니어가 양산 최종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지름 300㎜ 웨이퍼(반도체 재료 원판)에서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만든 뒤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M12는 현재 공장의 절반만 차지하는 생산라인 하나(페이지1)만 갖췄다. 메모리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량이 더 많아 값이 떨어지고 있어 나머지 절반(페이지2)은 때를 기다려 구축할 계획이다. 임 상무는 “낸드플래시는 이달 말까지, D램은 다음 달 중순까지 300㎜ 웨이퍼 기준 월 4만 장 규모의 양산 테스트를 끝낼 예정이다. 페이지2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생산라인 구축 및 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M12는 SK의 차세대 유망주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달 29일 M12 준공식을 주재하는 등 청주사업장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그는 준공식에서 “지금 경영환경은 성장보다 생존을 얘기할 형편이지만 움츠러들지 말고 나아가자. M12는 SK하이닉스 출범 이후 첫 문을 여는 중요한 생산기지이니 그룹 미래의 기반시설로 닦겠다”고 다짐했다. SK는 M12 신설로 사업장별 반도체 라인업도 마무리했다. 경기도 이천사업장(M10)은 D램, 청주사업장의 1공장(M8)은 비메모리 반도체, 2공장은 패키지, 3공장은 낸드플래시(M11)와 낸드·D램 혼용(M12)의 전초기지로 각각 차별화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주 M12 라인 준공식에 참석해 방명록에 쓴 글귀다.
SK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는 물론 설계에서 패키지까지 전 공정을 갖춘 종합반도체회사(IDM)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미 팹리스(반도체 개발기업)인 LAMD, 이탈리아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회사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한 이유다. 또 미 IBM과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총투자액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4조2000억원으로 잡혔다.



오후 3시가 되자 수백 명의 직원이 하루 3교대제에 맞춰 퇴근길에 나서면서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김종태 수석은 “젊은 여직원이 많은 데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하이닉스 칩이 들어간 아이폰을 많이 갖고 다닌다. 나도 대만의 HTC 스마트폰을 쓴다”고 말했다. 아이폰이나 HTC 스마트폰의 케이스를 열면 ‘Hynix’ 로고가 선명한 낸드플래시가 장착돼 있다.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부품 공급처를 다양화한 덕도 보고 있다.



이달 1일 지주회사 경영 5주년을 맞은 SK는 주력사업을 석유화학·통신 양대 축에 반도체를 추가해 3두 체제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 내부에선 선경이 유공(SK에너지)을, 유공이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했듯이 SK하이닉스가 그룹의 큰 기둥으로 커서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수길 SK 상무는 “충북 최대 기업인 청주사업장이 M12 신설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균형발전에도 기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주=이원호 기자 llh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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