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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MB정권, 독립영화 좌경시해 전용관 문 닫아"

온라인 중앙일보 2012.07.27 18:41
사진=JTBC 제공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생시킨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2년 전,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그가 안성기, 강수연 등 초특급 충무로 스타 군단을 거느리고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공무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이번엔 다시 늦깎이 영화감독으로 인생 제3막을 시작하는 김동호 위원장을 JTBC 시사토크쇼 ‘신예리&강찬호의 직격토크’가 만났다.



뒤늦게 신인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동호 위원장은 “96년에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참석을 했는데, 감독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찬사가 부러웠다. 영화감독이 돼서 레드카펫을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 막연하게나마 했었다”고 떠올렸다. 그 뒤, 구체적으로 감독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건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그만두면서였다고. 그러다가 이번에 우연찮게 아시아나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배우 안성기 씨의 제안으로 개막작 제작을 맡게 됐다고 데뷔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제작한 영화 ‘주리’는 국제영화제의 출품작 심사과정을 그린 작품. 다년간 각종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던 실제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건, 초특급 블록버스터 수준의 배우와 제작진. 그 면면을 보면, 국민배우 강수연, 안성기씨가 주연에 임권택 감독, 배우 손숙씨가 엑스트라로 출연한다.



조감독은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 <실미도> <공공의 적>을 연출한 강우석 감독과 <살인의 추억> 김형구 감독이 각각 촬영과 편집을 맡는 등 충무로 스타군단이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은 제작비가 워낙 적다보니 모두 자진해서 ‘무료 재능기부’를 해줬다며 도와준 배우와 제작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에게 감독 데뷔 소감을 물어보자, “실제로 영화를 찍어보니 만만치 않더라”면서 처음에는 오케이 사인 주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아서 김형구 감독에게 핀잔을 들었다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동안 임권택, 홍상수 감독의 촬영현장을 따라 다니며 수차례 ‘눈동냥’을 해왔던 덕분인지 금세 적응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마당발 인맥은 국내 영화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해외 감독들과 친분을 쌓았다. 김 위원장은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술로 뭉치던 애주가 모임도 있었다면서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로테르담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이었던 사이먼 필드, 영국의 토니 레인즈 영화평론가 등과 어울렸던 시간들을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오랜 기간 가깝게 지내왔던 유명감독들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왕가위, 키타노 타케시,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 이란의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 등 세계적인 감독들을 밀착 인터뷰해서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라 밝혔다. 마흐발바프 감독은 한발 먼저 김위원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 ‘주리’ 영화제작 과정과 김 위원장의 일상 모습을 이미 카메라에 담아갔다.



김 위원장이 새로 도전한 일은 영화 연출만이 아니다. 올 초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대학원장으로 취임을 했다. 본격적으로 후학 양성에 나선 이유를 묻자, 해외 영화제를 다니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비약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외경쟁력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연출, 기획, 제작, 시나리오에 집중적인 인재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영화계 인맥을 총동원해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이었던 박기영 감독, <해운대>의 윤제균, <친구>의 곽경택,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명필름’의 심재명, 영화사 ‘봄’의 오정완, 사이더스 김미희 전 대표 등으로 강사진을 화려하게 꾸렸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15년간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그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은 1995년 8월 18일. 젊은 영화인들이 김 위원장을 찾아와 부산에서 영화제를 하고 싶은데 집행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을 해왔고 그 열정과 절실함에 감동을 받아 수락을 하게 됐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의 인생을 바꾼 이른바 ‘8.18 프라자 회동’이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가 명실공히 세계 10대 영화제로 성공하게 된 비결을 묻자 김 위원장은 ‘뚜렷한 정체성을 통한 차별화된 전략’이라 답했다. 아시아의 젊은 감독들과 새로운 작품들을 발굴, 지원해주고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중국 지아장커, 한국의 김기덕, 이창동 감독을 비롯한 잠재력 있는 아시아 감독들이 해외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칸영화제나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와 달리 비경쟁부문이라는 점.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가 총 300편 가운데 절반인 무려 150편으로 토론토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와 어깨를 겨루는 수준이라고 했다.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내내 일관되게 지켜온 김 위원장의 소신과 원칙은 ‘영화제가 정치적인 외압이나 간섭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것’. 김 위원장은 영화제 초창기부터 정치인들의 축사를 일체 없앴다고 말했다. 1회 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조차 축하 메시지를 영상으로 받아 트는 걸로 대체했을 정도다. 2회 부산국제영화제 때에는 김대중 대통령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영화제를 방문했지만 야외무대에 조차 올라가지 못하게 막자 참모진들로부터 한동안 원성을 샀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춤을 추는 영화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현 MB 정부의 경우 독립영화를 좌경시해 지원을 끊은 건 영화발전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정책만 두고 본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영화법을 개정함으로써 규제를 철폐한 ‘공’이 있고, 김대중 대통령은 영화진흥기금을 만들어 대대적인 지원이 가능케 한 반면 스크린쿼터를 반으로 줄인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소신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김 위원장은 공무원 관료이던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문화공보부에서 넘버3인 기획관리실장을 최장기 집권하다가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영화계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을 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낙하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임하자마자 석달 가까이 매일 사비를 들여 점심, 저녁마다 영화계 사람들을 만나가며 의견을 경청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해서 짓게 된 것이 남양주에 있는 종합촬영소. 영화인들의 오랜 바람을 해결해준 것이 지금도 뿌듯하다고 했다.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는 창작의 자율성과 예술성이 우선되어 한다는 생각에 영화 <크라잉게임>의 성기 노출 씬을 허가해줬다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말 많고 드센 영화판에서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하는 김 위원장. 그의 친화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김 위원장은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대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인맥도 넓다 보니 결혼철에는 주례 청탁이 밀려든다고. 그동안 주례를 서준 배우만 해도 문소리, 이경영, 한석규, 강성진, 신혜수씨가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건강한 비결에 대해서는 ‘꾸준한 운동’을 들었다. 젊은 시절부터 테니스를 꾸준히 쳐왔다면서 박근혜 후보와도 몇 번 같이 테니스를 쳤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아내 이야기를 묻자 수입이 안정된 약사 부인 덕에 판공비 기웃거리지 않고 깨끗하게 공직생활을 할 수 있었노라며 자랑했다. 번 돈을 남들 술사고 밥 사는 데 쓰느라 가정인 아닌 강남 요식업계에 고스란히 갖다 바쳤다고. 김위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아진다며 나이가 들수록 가능한 많이 움직이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촌철살인 인물평 코너에서 강수연은 ‘천부적인 연기인’, 안성기는 ‘국민배우’라고 평했고, 임권택 감독에 대해서는 ‘한국 전통문화에 미친 분’이라고 표현했다. 임 감독과는 형, 아우하며 워낙 친하게 지내는 관계인데 한때 술을 먹자며 임 감독 집에 하도 자주 찾아가자, 임 감독의 부인이 “세계적인 영화감독을 술로 죽인다”며 김 위원장을 타박한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극배우이자 전 환경부 장관이었던 손숙씨에 대해서는 ‘공식 애인’이라며 각별한 친분을 밝혔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에 대해서는 ‘작가주의 감독’ ‘장관 이전에 천생 영화감독’이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손숙씨와 이창동 감독 둘 다 관직을 고사하고 배우로서, 영화감독으로서의 자기 영역에 매진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동호 위원장이 출연하는 신예리 강찬호의 직격토크는 7월 29일 일요일 오전 7시4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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