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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권 소외된 젊은 작가에 등용문 기회

중앙일보 2012.07.27 04:04 6면 지면보기
충남 1호 미술관인 당림미술관이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산 당림미술관 첫 신인 작가 초대전

 당림미술관은 고 당림 이종무 화백(1916~2003년)이 1996년 충남 아산에 귀향해 선산에 설립한 미술관으로 아산에 문화예술 전파와 공유를 위해 1997년 6월 개관됐다.



 이 화백의 유작 150여 점과 근·현대 다양한 장르의 회화·조각·공예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당림미술관은 그동안 13명의 작가 초대전을 비롯, 초·중등학교와 연계한 미술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당림미술관 이경렬 관장은 2009년 충남도 교육청과 예술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온양초등학교를 롤모델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양초에 벽화를 그려주는 작업을 시작으로 교내에 전시장을 설치하고 두 달마다 전시 작품을 교체해 주고 있으며 이 관장과 강사들이 직접 참여해 미술 교육을 위한 재능 기부를 실천하는 등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당림미술관이 소외된 젊은 작가들을 위해 미술관을 개방키로 해 지역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관장은 재능이 있어도 사회적 여건상 중도 포기하는 작가들이 많아 고심 끝에 신인 작가 초대전을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에도 재능 있는 작가들이 많지만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지방의 소외 받는 젊은 작가들 중에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제대로 전시회 한 번 갖지 못한 채 중도에 붓을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젊은 작가들에게 굳이 서울은 아니더라도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더 나은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기 위해 당림미술관을 개방하게 됐습니다.”



 이 관장은 이를 위해 대전·충청권에서 활동 중인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초청해 매년 그들에게 초대전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 관장은 그 첫 시험대에 오를 작가로 단국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인 박재현 작가를 선택했다. 이 관장은 박 작가의 성실성과 순수함으로 볼 때 앞으로 큰 작가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당림미술관은 그동안 13명의 기성 작가들에게 전시회를 허락했지만 신인 작가에게 그것도 단독 초대전의 기회를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림미술관에서 신인 작가의 첫 등용문 기회로 박 작가를 선택한 것은 그의 미래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박 작가는 “당림미술관 신인 작가 초대전에 첫 단추를 끼울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며 “앞으로 당림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연 작가라는 자부심으로 더욱 열심히 미술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프닝 행사를 진행한 박재현 작가 초대전은 다음 달 13일까지 계속된다.



당림미술관에서 첫 초대전을 연 박재현(왼쪽) 작가가 이경렬 관장과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인터뷰] 첫 초대전 영예 박재현 작가



“전시 공간 생긴 건 기쁨 그 자체…막중한 책임감 느껴”



당림미술관이 첫 신인 작가 발굴 초대전 작가로 선정한 박재현씨는 “짧은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내면적 자아’를 포착하고 낚아채는 작업이야말로 예술 행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 재학중인 박씨를 만나 그 만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인 작가들을 위한 초대전에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됐다.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작가의 길로 접어든 젊은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기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초대전의 경우 당림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신인 작가 초대전이기 때문에 더없이 행복하지만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이 조금은 난해하다.



 “전체적으로 이번에 출품한 작품들이 추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미술에 입문한 뒤 한동안 추상작품을 보면 난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구상적인 작품을 그리면서 어느 순간 자기 반성의 시간이 찾아왔다.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구상작품을 그려 오면서 어쩌면 그림에 질렸는지도 모른다. 조금씩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됐고 어느 순간 화풍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화풍이 변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이번 전시회 작품들 중 상당수가 그때 그린 작품이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말이 다소 어렵다.



 “자신의 다중적 정체성에 대한 내면적 성찰과 함께 짧은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내면적 자아’를 포착하고 낚아채는 작업이야말로 작가가 행하는 예술적 실천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거기에는 항상 이성과 감성이 서로 맞대고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시시각각 다이내믹한 위상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그려낸 ‘내면의 자화상’이다.”



-이제 학생 신분이 아닌 진정한 작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40여 명 중 5명을 우선 선발하고 그 중 한 명으로 선택돼 이번 초대전을 열게 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쁨과 설렘, 걱정과 책임감이 교차하고 있다. 이제는 배우는 학생이 아닌 나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입장이 된 만큼 더욱더 예술활동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사회와 타협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시작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앞으로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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