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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반바지에 티셔츠 학생·학부모 모두 “대만족”

중앙일보 2012.07.27 04:04 1면 지면보기
“이렇게 시원하고 편안한 교복이 우리 학교 말고 또 있을까요. 복장 문제로 선생님에게 지적받지 않아도 되고 수업시간에 집중력도 높아졌어요.”


천안동중학교의 1석3조 생활교복

천안의 한 중학교가 도입한 생활교복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인기다. 학생은 기존 교복의 불편함이 없어 좋고 학부모는 구입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존 교복이 가진 문제점은 다양했다. 단정한 옷차림을 추구하는 교복 특성상 남학생은 무더위에도 긴바지를 입어 바지에 땀이 차는 경우가 많았다. 스커트를 입는 여학생의 불만은 더욱 심했다. 멋과 디자인을 더 따지다 보니 윗옷과 치마 길이가 짧아 대부분 ‘속이 보일까 신경 쓰인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런 불편 때문에 등·하교 때 교복을 입지 않는 학생이 종종 있어 복장 지도를 하는 학생부 교사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전미래(3년)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한 학생 가운데 한 명이었다. 팔을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몸에 끼는 교복을 입는 일은 늘 스트레스였다. 버스 탈 때도 손을 들어올리면 속옷이 드러나 등하굣길에는 아예 사복을 입었다. 학교에서는 체육복을 착용하고 수업하는 날이 더 많았다. 복장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가방에 항상 교복을 넣어 다녔다.



전양은 “교복 스타일이 워낙 몸에 꽉 끼게 나오는 데다 1학년 때 맞춘 교복이 2년이 흐른 지금은 몸에 맞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며 “그렇다고 반 학기 남은 학교생활을 위해 새로 교복을 구입할 수도 없어 복장을 점검하는 기간에는 남학생 교복을 빌려 입거나 체육복을 입는 방법으로 피해 갔다”고 말했다.



전양처럼 학생 상당수가 기존 교복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자 복장 지도에만 열을 올렸던 학교 측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와 머리를 맞댔다. 교사와 운영위원으로 구성된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가 문제점을 인식해 편리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생활교복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고 지난 4월 생활교복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생활교복추진위는 다음 달인 5월 가정통신문을 보내 생활교복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고 72%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에 공감했다. 예상보다 높은 호응에 추진위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디자인을 공모했다. 학교는 공모 결과를 종합해 남색 바탕에 가슴에는 학교 마크가 새겨진 교복을 결정, 제작업체에 의뢰했다.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30% 이상 낮춘 점도 큰 호응을 얻은 이유 중 하나다. 하의를 긴 바지나 치마가 아닌 반바지로 통일해 6만원(상의 2만원, 하의 4만원)하던 교복 구입 비용을 4만원으로 줄였다.



학교가 가격을 포함한 교복의 실용성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이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의 경우 상의 단추를 줄여 입고 벗기 쉽다. 여학생도 스커트가 아닌 반바지로 만들어 ‘속옷이 드러날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 옷 끝은 체크 무늬로 포인트를 줘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학생들은 만족도 조사에서 ‘움직이기 편하다’ ‘바람이 잘 통한다’ ‘단추가 없어 입기 쉽다’ ‘뭔가 묻어도 닦기 쉽다’ ‘디자인이 심플하다’ ‘젖어도 잘 마른다’ ‘꽉 끼지 않는다’ ‘치마는 펄럭거렸는데 바지니까 편하고 착용감이 좋다’ ‘땀 흡수가 잘된다’ ‘빨래하기 편하다’ ‘라인(주름)이 없어 좋다’ ‘뱃살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현재 이 학교 학생 670명 가운데 70% 정도가 생활교복을 착용하고 있다.



교사들은 가격과 실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생활교복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향상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서유경 교사는 “학생부에 있다 보니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을 하면 바로 지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벌점을 받은 아이들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경우가 많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생활교복이 생긴 뒤로 이런 마찰이 사라졌다”며 “생활교복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격과 편리함 모두를 충족시켜준 좋은 사례가 됐고, 교복 스트레스가 없어진 학생들은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재룡 교장은 “지난해 학교에 부임해 와보니 교복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심지어 교복을 없애고 자율복을 입게 해달라는 의견도 상당수였다”며 “교복 착용을 강제하는 생활지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교복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어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학부모와 교사의 관심과 노력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만족해 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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