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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유" "달랄땐 안주고"성범죄자 놓고 갈등

중앙일보 2012.07.27 01:29 종합 8면 지면보기
2011년 제작된 4세대 전자발찌를 법무부 직원이 착용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보유·관리하는 법무부가 지난 5월 이 자료를 공유할 것을 경찰에 제안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내며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자료 공유를 먼저 제안했었는데 법무부가 거절했다는 이유 등에서다. 성범죄자 관리 주무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 게임’을 하는 동안 고위험 성범죄자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 성범죄자 982명 대상
법무부·경찰 관리 놓고 갈등
법무부 “전자발찌 신상정보 주겠다” VS 경찰 “2년 전 안 주더니 … 안 받겠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법무부 보호관찰과는 지난 5월 7일 경찰청 수사국에 ‘특정 범죄자 전자발찌 업무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전자발찌 부착자들이 장치를 훼손하거나 상습적으로 의무·준수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법무부 보호관찰관 외에 관할지역 경찰관도 같이 출동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공문에는 “업무 협조 차원에서 전자발찌 착용자의 얼굴과 이름, 거주지 등 신상정보를 지역별로 경찰에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5월 25일 보낸 A4용지 4장 분량의 회신을 통해 “특별한 사유나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대상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며 협조를 거부했다.



경찰은 공문에서 “(현행대로) 개별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 협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행법상 경찰은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끊는 등 부착명령을 위반한 사건에 대해서만 신상 정보를 받아 검거에 나서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5월에 공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26일 “전자발찌 훼손 외에 외출제한이나 출입금지 조치를 어겨 경보가 울렸을 경우 즉시 출동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전국의 전자발찌 착용자는 총 982명이다. 100여 명뿐인 보호관찰관 인력으로는 관리가 어렵다. 전국 249개 경찰서에서 관내 전자발찌 착용 인원 및 거주지를 파악하고 있으면 관리가 훨씬 수월해진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중순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과 경찰청 차장이 만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전자발찌 신상정보 공유 문제 해결을 위해 실무자 협의만 8차례 거쳤다. 하지만 별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발찌 착용자 정보는 필요하지만 착용자에 대한 법적 권한이 모두 법무부에 있는 상황에서 책임만 떠맡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관련 정보를 주려는 건 발찌 착용자에 대한 감독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미 2년 전 법무부에 정보 공유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었다”고 했다. 실제로 경찰청은 2010년 3월 법무부에 발찌 착용자의 신상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법무부 측은 “당시는 제도 도입 초기인 데다 착용자 수가 현재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었고, 사회적 논의가 부족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때 이후로는 경찰에서 협조를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 조윤오(경찰행정학) 교수는 “양 기관 갈등이 계속되면 전자 발찌 착용자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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