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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차례 316건 선고 … 양창수 대법관 '녹초'

중앙일보 2012.07.27 01:20 종합 12면 지면보기
양창수
대법원 소부(小部·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재판부) 선고가 열린 26일 오전 양창수(60) 대법관은 평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출근도 평소보다 빨리 했다. 오전, 오후에 걸쳐 대법원 선고를 두 차례나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전 10시 자신이 소속된 대법원 2부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1호 법정에 들어갔다. 여기서만 모두 173건의 사건을 선고했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양 대법관은 대법원 1부 선고 준비에 들어갔다.


현실화된 대법관 공백 사태
오전엔 2부 오후엔 1부 법정
1명 모자라 3명이 땜질 선고

 오후 4시, 같은 1호 법정에서 1부 사건 선고가 시작됐다. 모두 143건 가운데 40여 건은 양 대법관이 주심이다. 그는 일주일 전부터 사건의 판결문을 작성하느라 애를 썼다.



 오후 5시, 계획됐던 이날 선고가 모두 끝나고 양 대법관은 약간 피곤한 듯 기지개를 켰다.



 이날 법정의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우선 법대 위 대법관이 앉는 의자가 3개뿐이었다. 원래 4명의 대법관이 들어오는 소부 선고에는 당연히 4개의 대법관 의자가 놓이지만 참석자가 양 대법관을 포함해 3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선고가 열린 시간도 달랐다. 둘째,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소부 선고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4시 선고가 한 번 더 잡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 대법관이 원래 소속인 2부 선고와 직무대리를 맡은 1부 선고에 모두 참석해야 해서 오후 4시 선고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법관 4명이 한꺼번에 퇴임한 뒤 16일이 지나도록 신임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나타난 재판 파행의 현장이다.



 올해로 취임 5년 차를 맞는 양 대법관에겐 아주 길고도 바쁜 하루였다. 양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있던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기치 아래 추진했던 외부 인사 영입 케이스의 대표 주자였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재판 기록과 씨름해야 하는 게 대법관의 생활이지만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업무적으로 바빠진 것이다. 그는 벌써 10일 넘게 소속 소부인 대법원 2부 사건에 더해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1부 사건까지 함께 심리하고 있다. 그의 업무량은 평소보다 40%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대법원 소부는 모두 3개다. 현재 1부 2명, 2부와 3부는 각각 3명의 대법관이 일하고 있다. 상고심 사건을 심리하는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4명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땜질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은 3만6900여 건이나 되는 상황에서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평소에도 대법관들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종일 업무에 매달리는 상황인데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면 건강이 나빠지는 분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 4명 중 김병화 후보자가 이날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까지는 한두 달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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