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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스포츠계 꼬리 무는 성추문

중앙일보 2012.07.27 01:15 종합 14면 지면보기
1980년대 자신이 가르치던 어린이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난 미 유명 수영 코치 릭 컬.
미국의 유명 수영 코치가 자신이 가르치던 10대 소녀와 상습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뒤 문제가 되자, 돈을 주고 ‘입막음용 합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아일랜드에서는 어린 제자들을 수십 차례 성추행한 전 올림픽 수영대표팀 코치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미 대학 미식축구팀 코치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 이어 명망 높은 스승 행세를 하던 ‘성 맹수’들의 실체가 잇따라 드러나자 스포츠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미식축구 이어 유명 수영코치가 13살 제자와 부적절 관계
올림픽 대표팀까지 맡았던 릭 컬
부모에게 들키자 돈으로 입막음
피해 여성, 23년 만에 사실 폭로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명문 수영 클럽인 컬 버크 클럽의 창립자 릭 컬(62)이 1980년대 미성년자였던 켈리 커린(42)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미 수영협회는 즉각 컬에 대한 징계 심리에 착수했다.



 커린의 주장에 따르면 수영 코치였던 컬이 부적절한 행동을 시작한 것은 83년이었다. 당시 커린은 13세, 컬은 33세였다. 시작은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하지만 컬이 “너무 행복하다”며 꼬드기자 어린 커린은 이를 사랑으로 착각했다. 컬은 사무실 화장실부터 호텔 계단, 커린의 집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커린과 성관계를 맺었다.



 커린의 부모는 4년 뒤에야 딸의 일기장을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당장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대응에 나서려 했지만, 지방 검사가 가벼운 수준의 처벌에 그칠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고심하던 이들은 결국 컬과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컬은 자신의 행위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커린 가족이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89년 15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 한때 팬 퍼시픽 챔피언십에서 금메달을 땄을 정도로 유망주였던 커린은 섭식장애로 치료를 받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커린은 이제야 컬의 만행을 폭로하게 된 이유에 대해 “23년 동안 억눌린 끝에 계약 위반에 대한 걱정보다 내게 일어난 일이 범죄였다는 사실을 밝혀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합의 계약서 사본을 수영연맹에 보냈다. 컬은 의혹이 불거진 직후 컬 버크 클럽에 휴가 신청을 냈다.



 컬은 미국 수영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냈으며, 올림픽 메달리스트 톰 돌란을 지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78년 세운 컬 버크 클럽은 선수 950여 명이 등록돼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수영 클럽 가운데 하나다.



 25일 아일랜드에서는 법원이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유명 수영 코치 제라드 도일(51)에게 미성년자 성추행 및 성폭행죄 35건을 저지른 죄로 6년6개월형을 선고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81~93년 자신이 가르치던 10~15세 소년 4명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미식축구팀 전 코치였던 제리 샌더스키는 96년부터 15년 동안 다수의 어린 소년을 성추행 혹은 성폭행한 혐의로 최근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는 샌더스키의 범행을 눈감아준 학교 쪽에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 벌금 6000만 달러를 부과 했다.



 ABC방송은 “수영계에서 코치들이 어린 선수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며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이런 이유로 미 수영협회에서 영구 제명된 코치가 36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최근 들어 수영뿐 아니라 하키·축구·농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존경 받던 코치들이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제 다음 차례는 누구일지 두려울 지경”이라고 보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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